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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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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프랑수아즈 사강이 그려 낸 사랑, 그 난해하고 모호한 감정

 

 

 

오랜 연인 사이인 폴과 로제 사이에 젊은 청년 시몽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룬 소설이다. 사실 삼각관계라는 설정이 자칫 진부하고 통속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러함을 감안하더라도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는 읽어볼 만한 하다. 각기 인물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포착함으로써 그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까닭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로제는 연인인 폴을 속이고 다른 여자와 릴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온다. 그러나 폴이 친구 부부네 집에서 브리지 게임 따위를 하며 주말을 보냈을 거라는 자신의 예상과 달리, 시몽과 브람스 연주회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당신 그 풋내기와 뭘 했지?" 그가 물었다.

"브람스를 들었지." 그녀가 중간 중간 웃어 가며 말했다.

"브람스 얘긴 집어치워……."

'하지만 이건 브람스에 관한 얘긴 걸……."

 (…)

"폴. 난 당신을 완전히 믿어. 이토록 말이야! 당신이 그런 풋내기를 마음에 들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난 참을 수가 없어."

 

로제는 그녀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문득 그는 다른 남자에게 팔을 내미는 폴, 다른 남자와 입맞춤을 하는 폴, 다른 남자에게 애정을 표하고 관심을 쏟는 폴을 떠올렸다. 고통스러웠다.

 

'남자들은 뻔뻔스러운 데가 있어.' 폴은 별다른 유감없이 생각했다. '날 완전히 믿는다니. 완전히 믿는 나머지 날 속이고 혼자 내버려 두다니. 하지만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 참 대단해.'    - p.71, 72

 

 


자신을 완전히 믿는다는 로제의 이야기를 들으며, 폴은 그 뻔뻔함에 대해 속으로 삼키는 이 문장을 그 대표로 꼽고 싶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남성 작가였다면, 지금 이상으로 매료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성 작가이기에 이토록 섬세하게 폴의 심리를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여하튼 이러한 사강의 돋보이는 심리 묘사는 소설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든다. 특히나 '사랑'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기에 인류 보편적 주제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누구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를 읽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이들 관계가 파악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이 소설의 마무리였다. 그러기에 폴의 선택, 아니 프랑수아즈 사강의 선택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다 읽은 지금, 일전에 사강이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됐을 때 한 말로 이슈가 됐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제목으로 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거기에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p.134)"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러니까 결국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그러나 서글픈 결말이지 않은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 p.57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마치 자신의 일부라도 돼 버린 것 마냥 여겨지는 것과 일상에 신선한 바람이 되어주는 내 생활 너머의 새로운 것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시몽의 물음에 대한 폴의 심리, 그러니까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6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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