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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1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 김금희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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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미세한 마음의 결을 어루만지는 환한 문장들
김금희라는 믿음직한 세계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는 김금희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그녀는 이 소설들을 한데 엮으면서 ‘모두 사십 대에 썼다는 사실을’(p.320) 상기하며, ‘내가 서 있는 지금은 8월의 끝자락쯤 될까, 혹은 후하게 쳐준다면 장마가 막 끝나갈 7월 중순쯤, 무엇이든 이제 나는 적어도 어떤 봄과 여름에 대해서는 말할 준비가 충분히 된 것 같다.’(p.320)라고 적고 있다. 그렇기에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모두 한창 여름, 그러니까 저마다의 치열한 절정을 향해 내달려 본 일이 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참을 지나 돌이켜 봤을 때에야 비로소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날들에 대하여 말이다. 그렇게 흘러가고야 말았던 시간들, 그 안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허약함과 무기력함 그로 인한 좌절마저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또 받아들일 수 있는 담담함, 그러나 그랬던 지난날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자각, 한마디로 어떤 단단함에 대한 이야기……. 그것은 곧, 어떤 식으로든 성장해온 자신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일인 동시에 그러한 과정을 통해 각기 인물들이 겪은 개인적 경험이 모두의 보편적인 것으로 확대되는 마법을 만나는 일이기도 했다. 여름날의 풍경이 이토록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 앞에 놓인 진실을 드러내는 섬세함과 견고함, 그것을 깨우치는 힘에서 기인하리라.

 

 

 

안녕이라고, 안녕하라고, 잘 보내라고, 그러다 자꾸 붙들려들어가 생각하게 되었던 원미우동을 떠올렸고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게는 어떤 기회가 있었던 걸까. 그러니까 그건 내가 어떻게 다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는 여름이었던 걸까. 죄의식이 밀려올 때마다 강하게 부정해왔지만 아이의 부탁으로 그 말을 적어보던 그 순간, 나는 아이가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녕,이라는 말이야말로 누군가에게 반복해서 물을 수 있고 그렇게 물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 비록 이제는 맞은편에 앉아 있지 않은 사람에게라도 물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 그것이 일산의 여름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걸.    - p.48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 8점
김금희 지음/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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