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22

작별인사 | 김영하 | 복복서가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이분법을 허무는
김영하의 신비로운 지적 모험

 

 

 

“인간은 모든 것을 도구로만 여기고 그것의 활용을 고민한다. 나의 ‘용도’는 정확히 무엇일까?”(p.213) 골몰했던 철이의 고민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경계의 화두가 아닌가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 더욱이 인공지능이 일상 깊숙이 침투하면서 발생하게 될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하여 더 이상 대비하고 대처하기를 미룰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種) 이외의 다른 존재의 출현 - 그 안에서도 배제된 이들을 향한 우세한 이들의 무자비한 파괴와 폭력 - 을 한낱 상상 속의 장면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 역시 느끼게 한다. 이렇게 된 이상, 선이가 말했던 ‘그냥 모여 있으면 힘이 되기도’(p.284) 한 우주정신을 발휘하는 것만이 모두가 평화로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인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철이의 여정을 좇으면서,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많은 것이 달라져 있겠지만, 그럼에도 만남과 이별,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소멸을 향한 모두의 운명에는 변함이 없으리라.

 

 

나는 그대로 거기 남았다. 그리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죽거나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남아 지켜보았다. 오래지 않아 내 몸 여기저기에도 서서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세월이 흘렀고, 문득 생각이 나면 선이의 무덤까지 다녀오곤 했다. 솟대는 쓰러지지 않고 그대로 잘 버티고 있었다. 가끔은 바다에서 날아온 갈매기가 거기 앉아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곤 했다. 그렇게 선이의 무덤에서 돌아온 어느 날, 나는 오두막의 포치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동체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문득 이 넓은 대지에 인간을 닮은 존재는 이제 나 하나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는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 p.291, 292

 

 

 

 

 

작별인사 - 8점
김영하 지음/복복서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