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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2

작은 파티 드레스 | 크리스티앙 보뱅 | 1984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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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깊은 책, 독서, 글쓰기라는 화두에서 시작해 사랑의 시로 마무리되는
크리스티앙 보뱅의 산문

 

 

 

서문에서 크리스티앙 보뱅은 사유한다. 읽는 것에 대하여. 그 단순한 행위가 우리 삶에 결코 단순하지 않음에 대하여, 그렇게 전 생애 속에서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읽지 않는 사람과 읽기가 전부인 사람, 그러니까 결핍이 부족한 책을 읽지 않은 사람과 “언어들의 고독과 영혼들의 고독을 발견했던 첫 경험의 언저리에”(p.15)서 일생을 머물게 되는 사람에 대하여 살피는 것이다. 뒤로 이어지는 아홉 편의 글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읽고 쓰는 일로 시작된 이야기는 저자가 ‘당신’이라 지칭하는 이의 생각을 좇음으로써 그 끝에 사랑이 있음을 깨우치게 한다. 그 여정을 따르는 일은 어둑한 밤길을 거니는 것처럼 조심스럽지만 호젓한 가운데 비로소 충만함으로 밝아지는 내면을 만끽하는 일이기도 해서 소중하게 다가오는데, 그것은 분명 “기쁨과 공포라 할 만한 무엇”(p.13)이었다.

사족을 붙이자면, 아홉 편의 글 안에서 아홉 번의 짧고도 긴 산책을 하고 난 기분이 든다. 누군가 어디를 걷고 온 거냐며, 햇빛과 바람은 어땠고 또 풍경은 어떠했는가를 물어 온다면, 나는 은은한 미소로 조금 뜸을 들이다 결국 침묵을 택할 참이다. 나의 전부였던, 희고 작은 드레스를 입은 유년의 나를 본 것도 같다고 말하고 싶지만, 입을 다물 참이다. 다만 기다리는 중이라고. “사랑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p.120)는 목소리를 떠올리며 말이다. 그리하여 “사랑은 자신을 향해, 스스로의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p.120)는 것을 “천천히. 날마다 조금씩”(p.124) 알아가 보려 한다고.

앞으로의 나날 속에 마주할 책들에 경이로운 애도가 여전하기를 바라며.

 

 

 


우리는 오로지 부재 속에서만 제대로 볼 수 있고,
결핍 속에서만 제대로 말할 수 있다.    

- p.91, 「숨겨진 삶」

 

 

 

 

 

작은 파티 드레스 - 10점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1984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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