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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3

우동 한 그릇 | 구리 료헤이∙다케모도 고노스케 | 청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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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뭉클한 감동과 웃음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기 쉬운 것이 요즘 세태인 까닭에 두 편의 이야기는 씁쓸하지만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에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냉소적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곳이고, 또 그 사회가 때로는 불협화음을 내면서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곳곳에 타인을 배려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씨 따뜻한 이들이 존재하는 연유이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편의 이야기가 그러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먼저 「우동 한 그릇」에서 섣달그믐날 밤 우동집에 들어온 세 모자는 한 그릇을 주문하는데, 넉넉지 못한 형편 탓임을 알아챈 주인은 몰래 양을 넉넉히 해 테이블에 올린다. 더욱이 주인 부부는 한 번의 인심도 모자라 매년 그 손님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다시 찾아와 앉을 ‘행복의 테이블’(p.26)을 치우지 않고 기다린다. 한편 그 배려를 잊지 않고 후일 다시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세 모자의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다. 다음으로 「마지막 손님」에서는 어려운 환경 안에서도 자기 자신 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열아홉 게이코가 등장한다. 그녀는 과자점 춘추암에서 성실히 일하는 중, 죽음을 앞둔 어머니께 드릴 과자를 사기 위해 먼 지역에서 찾아온 손님을 마주하고는 손수 정성껏 과자를 포장한다. 더욱이 어머니를 잃고 상심해 있을 손님을 헤아리는 그녀의 선함은 주변인들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만든다.

배려와 감사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마땅히 우리 마음속에서 간직해야 할 소중한 덕목임을 마음에 새겨본다.

 

 

 

“저희는 십사 년 전 섣달그믐날 밤, 일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입니다. 그때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셋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 수 있었습니다.”    - p.28 「우동 한 그릇」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어머니가 크나큰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으로 가셨다고 생각하며 애써 눈물을 참아 왔다. 그런데, 열아홉 게이코가 손님의 마음에 성심껏 보답하려고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눈을 맞으며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엔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에게서 받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쁜 감정의 충격이었던 것이다. (…) 상인에게 이런 멋진 세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던 중 문득 ‘상인의 모습에서 앞치마를 두른 부처님의 모습을 본다’는 말이 떠오르며 게이코의 모습이 천사처럼 빛나 보였다.    - p.109, 110 「마지막 손님」

 

 

 

 

 

 

우동 한 그릇 - 6점
구리 료헤이.다케모도 고노스케 지음, 최영혁 옮김/청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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