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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4

스타벅스 일기 | 권남희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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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세상을 만나는 공간 스타벅스,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결 속 쓰고 읽고 헤아린 계절들

 

 

 

번역가이자 작가인 권남희의 스타벅스 일기는 자칭 집순이인 그녀가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딸 마저 독립하게 되면서 ‘빈둥지증후군’을 겪었음을 털어놓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다가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어느 날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를 찾았다”(p.6)고도 덧붙이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스타벅스에서의 하루 일기는 어느새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한 권의 책으로 엮이게 되었다.

한 잔 음료면, 어느 누구에게라도 개방된 장소인 탓에 스타벅스라는 공간은 늘 변화무쌍하다. 글쓰기 작업과 번역 일을 하는 작가처럼 해야 할 일 혹은 저마다의 스터디를 하고 있는 반면 담소를 나누러 오는 사람부터 단체로 몰려오다시피 해 시끌벅적한 이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늘 북적이는 공간인 것이다. 그 안에서 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조용히 제 할 일에 몰두하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이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늘 순탄하기만 했다면 애초에 이런 일기는 성립하지 않았으리라. 그 안에서 듣고 싶지 않아도 듣고,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었던 소소한 일화들이 조금의 낯섦 없이 공감으로 연결되는 것은 나 역시도 때때로 그런 경험이 있었던 까닭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중에서도 「내가 뽑은 스벅 빌런」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다리를 떠는 사람, 지독한 향수 냄새를 내뿜는 사람, 쩝쩝쩝 소리 내어 먹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역시나 참기 어려우리라. 그러나 작가는 불평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네 번째 빌런은 이렇게 구시렁거리는 나일지도.”(p.177)라고 적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본 작가의 책을 읽을 때 이따금 마주하곤 하던 이름이라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번역 아닌 산문을 접하고 보니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작가에게 내적 친밀감이 생긴다. 앞으로도 소소한 일상의 글을 자주 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스타벅스는 매장 직원이나 주변 손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자유롭고, 오픈된 장소여서 혼자 있는 방종을 막아주어 공부나 작업이 능률적이었다. 나는 나무늘보보다 움직임이 적은 인간이었는데, 스타벅스에 다니는 덕분에 매일 최소한 왕복 2킬로미터 이상 걷게 됐다.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빈둥지증후군도 낫고 일석삼조. 나의 스타벅스 일기는 이렇게 해서 시작됐다.    - p.7

 

 

 

 

 

 

스타벅스 일기 - 8점
권남희 지음/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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