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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5

봄밤의 모든 것 | 백수린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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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얼어붙은 줄 알았던 시간 속으로 날아든 작은 기적
부드러운 흰빛으로 가득 찬 백수린의 새로운 계절

 

 

 

일상 안에 깃들었던 작은 기적의 순간을 뒤늦게 서야 깨달을 때가 있다. 그땐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알았다면 좀 더 소중히 대했을 것을… 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덕에 티 없이 환하게 빛 발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반대로 그 당시에는 알 것 같다고, 이제는 안다고 여겼지만 후일 돌이켜 봤을 때 전혀 그렇지 못했음을, 외려 아무것도 알지 못했음을 마주하는 당혹스러운 순간과 마주하기도 한다. 한편 자기 안에서 오래도록 마음 쓰이던 일에 대하여 어렴풋하게 직감하면서도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을 때의 허망함과 애석함, 이후 무섭게 파고드는 삶의 무기력을 마주하기도 하는 순간을 떠올리게도 한다.

책을 덮고, 어스름 속 하현달이 밝은 표지를 응시하며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삶 속의 무수한 순간들, 그때 사로잡혔던 감정과 상념들은 결국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게 하는 편으로 흘러왔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나는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거듭 골몰하며 때로는 주저하면서도 결국 앞으로 내닫기 위해 빛을 좇는 존재임을 상기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문득 예감한다. 우주의 먼지가 될 때까지 언제까지고 그렇게 자문하며 나아갈 것임을.

 

 

 

“나는 비둘기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 예전엔 그런 가능성에 대해 누군가가 말하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그 비둘기가 이틀간의 몸부림 끝에 자기가 떨어진 그 좁은 통로로 탈출에 성공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믿는다고. 그 비둘기가 여러 시도 끝에 정말로 날아갔을 수도 있다고.
“상처하나 없이, 기적처럼?”
“상처 하나 없이 기적처럼.”
그러고 나서 주미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최악을 상상하며 얼마나 쓸데없이 인생을 낭비하며 살고 있는지 마침내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 p.244, 245

 

 

 

 

 

봄밤의 모든 것 - 10점
백수린 지음/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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