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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맡아드립니다."
아이들의 추억에 값을 매겨 돈을 주는 신비한 '추억 전당포'. 스무 살이 넘기 전 그 돈을 갚으면 추억은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스무 살 이후에는 전당포는 더이상 찾을 수 없는 미지의 장소가 돼 버린다. 자연히 기억에서도 사라지게 되고. 아이들은 전당포를 드나들며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상처를 보듬으면서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추억의 소중함도 알아가게 되는데.
꽤 선명하게 저장돼 있다고 자부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에서 균열을 발견하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새삼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에 번쩍 눈이 뜨이기도 한다.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를 읽으면서,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추억 전당포가 진짜 있다면 그 시절의 나는 그곳을 드나들었을까. 어떤 추억을 맡겼을까, 호기심 가득한 어린이라도 된 양 상상을 하게 한다. 소설 속 하루토는 엄마에게 들었던 꾸중을, 메이는 따돌림의 기억을 전당포에 맡겼다. 그러나 유독 리카만은 매일같이 전당포에 드나들면서도 추억을 맡기지 않는데, 그런 리카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의 나를 마주하기도.
흥미로운 설정이 돋보였던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한 걸음 밖으로 나간 리카는 깜짝 놀라 멈추어 섰다. 이 집은 자갈밭 위에 서 있었는데, 자갈이 모래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모래를 잘 보니 아주 작고 작은 유리 입자였다. 석양을 받아 하나하나가 무지개 색으로 빛나고, 그 빛의 알맹이, 알맹이가 하나가 되면서 모래사장은 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렇구나. 마법의 세계에서는 빨주노초파남보를 전부 합하면 금색이 되는구나.발걸음을 떼고 나서 리카는 지붕 위를 올려다봤다. 발코니 난간에 양손을 올린 채 마법사가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었는지, 아니 갈아입을 필요조차 없이 휘릭 마법을 풀었는지, 그녀는 원래의 롱 드레스에 백합 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세로로 돌돌 말린 은발을 바람에 휘날리면서 지그시 리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 p.267, 268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북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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