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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9∙20
알려졌다시피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작가의 경험에 토대를 둔 자전적 소설이다. 그렇기에 더욱 흥미롭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는데, 이 두 권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너무 아파서 평소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을 끄적이는 일이 주저되는 부분이 있다. 그 시기를 겪지 않은 세대이기에 당시의 시대 상황과 감내해야만 했을 고통의 크기가 너무나도 막연한 탓도 있고, 감히 이해할 것 같다는 말로 가벼이 넘기기도 뭣한 까닭이다. 그러나 벌레를 벗어나기 위해 그 시간을 증언하겠다는 작가의 말을 곱씹으며, 작가가 겪어냈던 질곡의 삶과 그런 아픈 시기를 이겨내고자 했던 처절한 몸부림만은 이 두 권 책을 통해 분명하게 기억하려고 한다.
우리만 여기 남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약한 우연이 엎치고 덮쳤던가. 그래, 나 홀로 보았다면 반드시 그걸 증언할 책무가 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다. 증언할 게 어찌 이 거대한 공허뿐이랴. 벌레의 시간도 증언해야지. 그래야 난 벌레를 벗어날 수가 있다.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 예감이 공포를 몰아냈다. - p.283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지음/세계사 |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지음/세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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