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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3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 이중섭 |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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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이중섭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

 

 

 

한때 위작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이중섭. 그래서 미술계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고 해도 그의 이름은 귀에 익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그 일을 계기로 그의 작품 몇몇을 찾아보기도 했으니까. 특히 그가 즐겨 그리던 <소>를 보면서는 굉장히 남성적 힘을 가진 작가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그런데 그가 사랑스러운 아내, 남덕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읽으면서 의외로 굉장히 여린 감성을 지닌 순수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본 것이다. 더불어 그림 그리기와 사랑에 열정적이었던 로맨티시스트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도 됐다. 물론 그의 몇몇 그림만 보고 섣불리 단정 지었던 그와 그의 그림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편지들을 읽다 보니, 이중섭이 아내에게 쓴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소처럼 무거운 걸음을 옮기면서 안간힘을 다해 제작을 계속하고 있소.    - p.121
 

 

 

멀리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던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경제적 궁핍 등 직면해 있는 현실의 어려움을 거친 붓놀림으로 강인하고 역동적인 모습의 소를 그림으로써 마음을 다잡으며 이겨내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그 결과물이 <소> 연작일 테고 말이다. 또한 아내 못지않게 사랑해 마지않던 그의 아들 태현과 태성을 향한 편지와 그림에서도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몇 번에 걸쳐 꼭 사주겠다던 자전거는 정말 사줬을는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가 이토록 사랑했던 가족들을 두고 마흔의 나이에 식음을 전폐한 채 홀로 병원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자못 애달프기까지 했다. 종국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가족에게 보내던 편지도 멈추고, 아내에게서 온 편지조차 반송했다고 하니 그의 자학이 얼마나 지독 했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내가 동경에 그림 그리러 간다는 건 거짓말이었어! 남덕이와 애들이 보고 싶어서 그랬지."    - p.235

 

 

 

부농의 막내로 태어나 유복한 생활을 했던 그가 남의 신세, 남의 덕, 남의 호의에 기대어 살게 되면서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면으로는 자기혐오와 열등감에 힘들어 했다는 사실을 그의 평생지기였던 구상(具常)의 글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세상과 사회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능과 무력함, 불성실로 여기며 떠나간 그가 못내 안타까웠다.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 8점
이중섭 지음, 박재삼 옮김/다빈치

 


 

 

 

+ 2015. 03 제주도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이중섭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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