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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4

하드보일드 하드 럭 |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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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어둠에서 빛으로, 겨울에서 여름으로

 

 

 

지난해 두 분 할머니를 갑작스레 보내 드리면서 이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 더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하드보일드」와 「하드 럭」 이렇게 두 편의 이야기가 담겼는데, 모두 가까이 있던 이의 죽음을 소재 삼고 있다. 흔히들 죽음을 삶의 일부라고 하지만, 소중했던 이를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보내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어떤 마음으로 한 문장 한 문장 적어 내렸을까, 생각하며 읽다 보니 묘하게 수긍 가며 마음에 와닿는 말들이 제법 있어서 아끼며 읽어 보았다.

 

 

 

# 01. 「하드보일드

 

일전에 미치 앨봄의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을 읽으며 내가 느끼고 다짐했던 것과 놀라울 만큼 비슷한 구절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옮겨본다.

 

 

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또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 p.51

 

 

 

치즈루는 하드보일드하게 살라는 통화를 마지막으로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이후 홀로 떠난 여행에서 겪게 되는 하룻밤 동안 친구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아름다운 여운 만을 간직한 채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고자 다짐한다. 그 여정이 몹시 아름답다.

 

 

 

"넌, 정말 운이 강해. 그래서 좀 남다른 인생을 보내게 될 거야. 많은 일이 있겠지. 하지만 자기를 질책하면 안 돼. 하드보일드하게 사는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보란 듯이 뽐내면서."    - p.55

 

 

 

# 02. 「하드 럭

 

어느 날 갑작스럽게 쓰러진 언니와의 마지막 이별을 앞두고 있는 동생. 하나뿐인 피붙이를 떠나보낸다는 게 얼마만큼 힘든 일 일지 상상하면서도, 그 고통의 크기가 가히 짐작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드 럭을 읽으면서, 마냥 슬퍼만 하기보다는 죽은 이를 어떤 마음으로 보내줘야 할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생각도, 희망도, 기적도 없이, 언니가 이 세상을 떠나려 하고 있다. 의식도 없고, 몸은 따뜻하고, 모두에게 시간을 주고.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조그맣게 웃었다. 거기에는 영원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고, 그 안에는 언니가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뇌와 몸이 따로따로 죽는 날이 온다는 것을, 옛날 사람들은 상상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이미 죽는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평소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신성한 시간이었다. 견딜 수 없음에 잠길수록, 신성함이 훼손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조그만, 희미한 틈새에 생긴 예쁜 시간이야말로 내게는 기적처럼 여겨졌다. 견딜 수 없음도, 눈물도 사라지고, 이 우주의 위대한 움직임이 다시금 내 눈 속에 비치는 우연한 순간, 나는 언니의 혼을 느낀다.    - p.109

 

 

 

 

 

하드보일드 하드 럭 - 10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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