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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4

티티새 |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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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츠구미

 

 

 

마리아의 시선에서 그려지고 있지만, 『티티새』는 어디까지나 츠구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역시나 작가의 말을 보면, 상당 부분 츠구미가 작가 자신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형상화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티티새』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자전적 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츠구미는 정말이지, 밉살스러운 여자애였다."    - p.7

 

 

 

하지만 츠구미를 미워할 수만은 없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해 언제나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가는 그녀지만, 그것 자체에 대한 맹목적인 불안감 따위는 없다. 오히려 뒤로 숨지 않고, 조금은 제멋대로더라도 솔직한 말과 행동을 보이는 츠구미가 외려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마리아 뿐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보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해 간다. 그런 사실을 다양한 형태로, 거듭 확인하면서 나아간다. 그래도 정지시켜 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늘 같은 밤이었다. 온 사방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을 정도로, 조그맣고 고요한 행복으로 충만해 있었다.

"올여름은 최고다." 라고 쿄이치가 말했다. 그 말을 긍정하려는 뜻인지 츠구미가, "수박 정말 맛있다."라고 말했다. 그때 갑자기, 커다란 폭음이 하늘에 울리고, 환성이 터졌다. "불꽃놀이다." 하고 츠구미가 눈을 반짝이며 일어섰다. 올려다보니 건물 뒤에서 커다란 폭죽이 나타나, 확 퍼지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면 또 터질 소리를 좇아 우리는 모래사장으로 달렸다.

거침없이 넓은 바다 위에 핀 불꽃은 마치 우주의 것처럼, 신비로워 보였다. 모래사장에 나란히 서서 우리는 거의 할 말을 잃은 채, 잇달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불꽃에 넋을 놓고 있었다.    - p.141

 

 

 

인생에서 이런 눈부신 장소와 그곳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며 살 수 있는 츠구미와 요코, 그리고 마리아가 진심으로 부러워진다. 나에겐 어떤 추억이 있었던가? 생각하게 되는……. 여담이지만, 츠구미와 쿄이치의 인연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보며.

 

 

 

+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읽으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그녀가 적어 내린 글에는 묘한 반짝거림이 있다. 별다를 것 없는 흔한 이야기조차 그녀의 손을 거치면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특별함이 있다. 그것이 내가 그녀의 글을 사랑해 마지않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고.

 

 

 

 

 

티티새 - 10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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