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 권여선 | 창비
레몬, 레몬, 레몬, 복수의 주문이 시작되었다 레몬의 노란 빛깔은 이를테면, 지지부진하고 때로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삶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그렇기에 ‘레몬, 레몬, 레몬 읊조리던 주문은 곧, 삶의 숭고함을 가리는 것들로부터의 최후의 안간힘 같은 것은 아닐는지. 소설 『레몬』은 쉬이 놓지 않고 붙들려는 삶을 향한 의지, 그 속성에 대한 이야기다. 발단은 해언의 두부 손상으로 인한 사망에서 비롯한다. 그로 인해 그녀 주변의 인물들, 그러니까 그녀의 동생 다언과 친언니보다 더 가깝게 지내던 상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한만우는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빚어진 삶의 균열 안에서 적잖은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으로부터 8년이 지난 뒤에서야, 다언은 한만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