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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레몬 | 권여선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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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레몬, 레몬, 레몬, 복수의 주문이 시작되었다

 

 

 

레몬의 노란 빛깔은 이를테면, 지지부진하고 때로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삶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그렇기에 ‘레몬, 레몬, 레몬 읊조리던 주문은 곧, 삶의 숭고함을 가리는 것들로부터의 최후의 안간힘 같은 것은 아닐는지. 소설 『레몬』은 쉬이 놓지 않고 붙들려는 삶을 향한 의지, 그 속성에 대한 이야기다.

 

발단은 해언의 두부 손상으로 인한 사망에서 비롯한다. 그로 인해 그녀 주변의 인물들, 그러니까 그녀의 동생 다언과 친언니보다 더 가깝게 지내던 상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한만우는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빚어진 삶의 균열 안에서 적잖은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으로부터 8년이 지난 뒤에서야, 다언은 한만우를 만나러 나서게 된다. 그것은 침잠해 있던 울분과 분노, 거짓과 오해, 슬픔과 고통의 온갖 것들로부터 비로소 숨통이 트이게 되는 절명의 순간이 되고, 이후 ‘한만우의 죽음을 경유함으로써 나는 비로소 언니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게 되었다.’(p.199)고 고백하는 순간에 이르게 된다. 지옥 같은 삶이더라도 살아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이 의미는 충분한 걸까.

 

다언이 한만우 집에서 그들 남매와 함께 먹었던 따뜻한 계란 프라이, 그날의 노란빛을 결코 잊을 수 없으리라.

 

 

 

나는 궁금하다. 우리 삶에는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 아무리 찾으려 해도, 지어내려 해도, 없는 건 없는 걸까. 그저 한만 남기는 세상인가. 혹시라도 살아 있다는 것, 희열과 공포가 교차하고 평온과 위험이 뒤섞이는 생명 속에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일 수는 없을까. (…) 찰나에 불과한 그 순간순간들이 삶이 의미일 수는 없을까.    - p.198, 199

 

 

 

 

 

레몬 - 6점
권여선 지음/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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