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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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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적 낙관 | 김금희 | 문학동네 문득 일상을 돌보고 싶어지는 가뿐한 전환의 감각 인간사에 초연한 채 계절의 순환하는 존재들이 선사하는 아름답고 느긋한 낙관의 에너지 식물을 돌보면서 마주한 생각들의 기록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일상을 살아가는 위로와 공감을 자아내며 식물적 낙관의 세계로 인도한다. 더러는 이런저런 연유로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들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거의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체념하면서도 물을 주며 마음 쓴 일이 결국 봄에 이르러 꽃망울을 터뜨리기도 한다는 것을 배우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 과정 안에서 무엇인가에 애정을 쏟는다는 일이 생각 이상으로 많은 정성과 수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또 저자는 “식물을 기를수록 알게 되는 것은, 성장이란 생명을 지닌 존재들이 각자 떠나는 제멋대로의 (때론 달갑지 ..
크리스마스 타일 | 김금희 | 창비 크리스마스 타일처럼 이어 붙인 우리들의 마음, 열심히 사랑하고 이별한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이기에 조금은 더 오래 기억될 시간을. 대개 사람들은 평소보다 설레면서도 따뜻한, 애틋하면서도 고마운, 황홀하면서도 아름다운 하루를 고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 그런 기대를 품고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것이라고. 그러나 바람과 달리 아픔과 슬픔이 있고 실패와 좌절, 당혹감과 죄책감을 맞닥뜨리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일곱 편의 연작 속 인물들을 통해 마주한다. 요 며칠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의 우리들도 마찬가지리라. 그럼에도…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의 기적을 소망한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치 누군가의 머리 위로 죄..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 김금희 | 창비 미세한 마음의 결을 어루만지는 환한 문장들 김금희라는 믿음직한 세계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는 김금희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그녀는 이 소설들을 한데 엮으면서 ‘모두 사십 대에 썼다는 사실을’(p.320) 상기하며, ‘내가 서 있는 지금은 8월의 끝자락쯤 될까, 혹은 후하게 쳐준다면 장마가 막 끝나갈 7월 중순쯤, 무엇이든 이제 나는 적어도 어떤 봄과 여름에 대해서는 말할 준비가 충분히 된 것 같다.’(p.320)라고 적고 있다. 그렇기에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모두 한창 여름, 그러니까 저마다의 치열한 절정을 향해 내달려 본 일이 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참을 지나 돌이켜 봤을 때에야 비로소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날들에 대하여 말이다. 그렇게 흘러가고야 말..
복자에게 | 김금희 | 문학동네 어떤 실패도 삶 자체의 실패가 되지 않도록, 모든 넘어짐을 보듬는 작가 김금희의 가장 청량한 위로 소설 『복자에게』가 관통하고 있는 이야기 안에서 삶을 향한 용기, 희망의 기운이 은근하게 전해온다. 우리 각자는 ‘울고 설운 일’ 투성인 삶 속에서도 기어이 이어가고자 안간힘을 쓰는 존재들이기에 영초롱이와 복자, 그 밖의 인물들을 통해 위로받고, 다시금 다짐도 하게 되는 것이리라. 흔들릴 수는 있지만 쉬이 꺾이지는 말자고, 그리하여 계속해서 나아가자는. #. 새별오름에서의 일 소설의 후반, 복자는 영초롱이에게 전화를 걸어 ‘새별오름에 가본 적 있어?(p.213)라고 묻는다. 그렇게 오름을 오르는 동안, 저 멀리 보이는 ‘나 홀로 나무’, 복자의 결혼식과 할망 이야기를 거쳐 정월대보름이면 오름에 불을 놓아 억..
사랑 밖의 모든 말들 | 김금희 | 문학동네 몰랐던 마음, 잊었던 기억 사랑과 사랑 밖을 아우르는 우리의 거의 모든 말들 김금희 작가의 소설 속에서 만나 온 인물들은 대개 무심한 듯 다정했다. 어떤 처지나 상황에도 소란하지 않은 채 묵묵했고, 담담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서 있는 공간은 내가 오늘을 살아가는 바로 이곳과도 같아서, 그들이 하는 말과 생각, 행동을 가만히 좇으면서 나는 안도했고, 때때로 슬퍼하기도 분노하기도 했다. 동시에 저마다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이들을 보듬으며 살고자 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풍경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여겼다. 데뷔 십일 년 만에 처음으로 펴 낸 작가의 산문집이 한층 고대됐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은 작가가 유년에서 현재에 이르기 까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나날에 대한 기록이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 김금희 | 문학동네 우리가 살아낸 모든 시간을 긍정하는 다정한 문장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붙드는 일. 삶에서 우리가 마음이 상해가며 할 일은 오직 그뿐이라는 생각을 한다.”(p.293)는 작가의 말이 묵직하게 와닿는다. 소설집 『오직 한 사람의 차지』에 엮인 아홉 편은 결국 이 세계에서 자기 자신을 놓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저마다의 분투, 그 과정 안의 이야기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살면서 마주하는 어떤 감정들은 때때로 우리의 지난날을 곱씹게 한다. 대개는 소외돼 쓸쓸하고 못 견디게 지독하면서도 성가신, 그로 인해 얼마간은 수치스럽고 모욕적이기 마저 한 아프고 쓰린 기억들이다. 나는 그런 지리멸렬한 삶의 속성이 지니는 환멸을 뒤로하고서도 나아갈 수 있는 억척스러움이 자기 안에 존재하는지의 여부가 ‘살아간다’는 일의 ..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임현 외 | 문학동네 # 01. 「고두(叩頭)」, 임현 인간에게 필연적이기 마련인 자기모순, 그 전형을 한 윤리 교사의 자기 옹호에서 읽는다. 오늘도 누군가는 용서를 구하기 위해 사과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하기로 한다. 오가는 사과와 용서 속에 얼마큼의 진실과 진심이 담겨 있을까. 혹여 용서를 받아내고, 사과를 받아내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도덕이고 정의이고 올바른 세계'(p.26)라 믿어왔고, 또 그래야만 할 우리의 민낯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글이다. 무슨 잘못을 진짜 하긴 했는지, 그걸로 미안한 감정을 가졌는지의 여부는 아무 상관 없단다. 핵심은 그런 말을 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뿐이거든. 나는 그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식적이라고? 진정성이라든가 진심 같은 말을 나는 전혀 신뢰하지..
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 문학동네 '아주 없음'이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는 기억들 그로부터 흘러나온 미세한 파장이 건드리는 '보통의 시절' 표제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를 포함해 『조중균의 세계』, 『세실리아』, 『반월』 등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으로, 낯선 작가의 새로운 글을 읽는다는 묘한 설렘으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주변 어디에선가 목격한다고 해도 그다지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화자들과 그들에게 놓인 일상, 그 이면의 사소한 것까지도 포한한 모든 것들이, 범상치 않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재발견되고 재해석된 듯한 느낌의 글들이었다. 또한 짧은 호흡의 문장들이 모이고 모여 특유의 리듬감을 형성하면서, 읽는 이의 머릿속에서 다소 불분명하고 흐릿했던 것에 차츰 색깔이 입혀지고 선명해지는 듯했는데, 그 점이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