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벨문학상

(19)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 민음사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묘사한 일본 문학 최고의 경지 책을 펼쳐 들자, 나도 모르는 사이 눈앞에 새하얀 눈밭이 그려졌다. 그만큼 첫 문장이 주는 흡입력이 사뭇 대단하다. 이 같은 강렬한 끌림이 나뿐은 아니었는지, 작품 해설 첫머리에서도 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특히나 '일본어가 지닌 독특한 운율이 제대로 살아 있다'고 언급한 부분에서 『설국』의 서정적 문장들을 원서로 음미하고 싶단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인터넷으로 찾아 첫 부분 몇 단락만 읽어봤다.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 夜の底が白くなった。 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 p. 7 역시나 유려한 문장이 주는 황홀..
행복한 그림자의 춤 | 앨리스 먼로 | 뿔(웅진) 북미 최고의 작가 '앨리스 먼로' 대표 소설집 지난 가을, 미야자키(宮崎)에서로 기억한다. TV를 켰는데, 때마침 2013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특히나 후보들 중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수상을 유력시하고 있던 터라, 일본 언론은 무척이나 상기된 표정으로 초조하게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된 수상자는 캐나다의 여성 작가, 앨리스 먼로(Alice Munro). 하루키의 작품이라면 꽤 읽었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에 궁금해졌다. 새해가 밝고, 그렇게 읽어본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1950년대부터 15년에 걸쳐 써온 단편들을 한데 엮어 1968년에 펴낸 그녀의 첫 단편집이다. 각각의 단편들은 서로 다른 ..
어느 작가의 오후 | 페터 한트케 | 열린책들 나의 오후는 작업이 끝나는 순간 시작된다! 이 책은 작가가 12월의 오후, 그날의 작업을 마치고 집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특별한 사건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길을 걸으며 마주하게 되는 풍경과 사람들을 묘사할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현실과 환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다분히 망상적 세계에서 허우적댄다. 그러므로 집으로 돌아온 길조차 정확하게 기억해내지 못한다. 두서없이 등장하는 현실과 환상의 이야기들 때문에, 읽으면서도 정신적으로 굉장히 소모적이었다. 나름 정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읽다가 다시 앞 문장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곱씹으며 다음 문장을 읽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인지 백 페이지가 조금 넘는 정도의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느낌상으로는 3권짜리 장편 소설이라도 읽은 듯한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