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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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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 까치 쌍둥이 형제의 처절한 운명이 교차하는 3부작 소설 모든 인간 군상이 악착같다. 삶을 붙들고자, 때로는 벗어나고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몸부림을 치는 것이리라. 각자의 가슴에 품은 욕망과 좌절, 상처와 두려움, 희망과 절망은 온통 암흑 뿐인 세계 안에서 한층 명확해지지만, 차라리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을 극명히 마주하게 한다는 표현이 더 적확해 보인다. 그 허약한 존재의 쉽사리 가늠할 수 없는 삶 이야기라서 애잔하고, 더 아름다운 건지도 모르겠다. #01. 「비밀 노트」 쌍둥이 형제가 엄마 손에 이끌려 도착한 할머니 집은 어느 국경의 작은 마을이다. 엄마는 그곳에 형제를 두고 떠나고, 괴팍한 할머니 밑에서 살게 된 아이들은 스스로를 단련하며 살아 남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치열한 생존 방식을 터득..
문맹 | 아고타 크리스토프 | 한겨레출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쌍둥이 형제의 처절한 운명이 교차하는 3부작 소설 모든 인간 군상이 악착같다. 삶을 붙들고자, 때로는 벗어나고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몸부림을 치는 것이리라. 각자의 가슴에 품은 욕망과 좌 byeolx2.tistory.com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있기까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자전적 이야기 모국어 대신 적어(敵語)로 살아가야 하는 삶을 알지 못한다. 그저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가늠해볼 따름이다. 그러나 그 조차 쉽지 않음을 느낀다. 이방인으로서 살아야 하는 삶이 동반하는 고독과 편견, 상실을 떠올리자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하기야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감히 누가 그 무게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 문학동네 절망적이고도 시끄러운 세계의 고독 속에서 실존적 해방을 꿈꾼 어느 늙은 몽상가의 불꽃같은 독백! '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한탸는 늘 인간적이지 못한 하늘에 대해 사유한다. 그리고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음을 깨닫는다. ― 똥바가지를 쓴 만차만 보더라도 ― 한 개인에게 닥친 일들은 인간적이어도 지나치게 인간적인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삶은 인간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더럽고 음습한 지하실에서 버려진 책과 폐지 따위를 압축하며 살아온 삼십오 년의 세월이 그를 뜻하지 않게 현자로 만들었다. 이제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오 년 뒤 자신의 압축기와 함께 은퇴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브니의 거대한 압축기는 그의 오랜 바람을 좌절시킨다. 그것은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 민음사 ‘참을 수 없는’ 생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물에 젖은 종이가 켜켜이 쌓여가는 것을 바라보는 일, 때로는 햇살에 마르기도 하지만 쪼그라들어 그 흔적을 기어코 남기고 마는… 삶이란 그런 거라고 여겨왔다. 인간의 내재된 욕망과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갈수록 삶의 무게는 더해질 것이고, 너절하게 해어져 가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라고 의심치 않으면서. 종국에 토마시와 테레자가 트럭에 깔려 죽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결국 인간이란 애초부터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이들의 종말 역시 삶의 무게에 굴복당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는지.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
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 민음사 농담과 거짓말, 의미와 무의미, 일상과 축제의 경계에서 삶과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더욱 원숙해진 시선 인류는 광활한 우주 속 지구 안에서 무수한 죽음과 탄생을 목격하며 살아왔고, 시시때때로 스스로가 보잘것없는 혹은 잊힐지도 모르는 존재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오곤 했다. 그렇기에 한 인간이 '삶'이라는 여정 안에서 어떤 의미 혹은 가치를 찾고자 부단히 애를 쓰는 것, 이를 테면 작은 것에도 기왕이면 좀 더 그럴듯한 의미를 부여하고, 또 실제로도 그럴만한 가치 있는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드넓은 우주 안에서 먼지보다 작은 자신을 인식하고 고민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것 자체가 정녕 의미 있는 것일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됐든..
어느 작가의 오후 | 페터 한트케 | 열린책들 나의 오후는 작업이 끝나는 순간 시작된다! 이 책은 작가가 12월의 오후, 그날의 작업을 마치고 집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특별한 사건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길을 걸으며 마주하게 되는 풍경과 사람들을 묘사할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현실과 환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다분히 망상적 세계에서 허우적댄다. 그러므로 집으로 돌아온 길조차 정확하게 기억해내지 못한다. 두서없이 등장하는 현실과 환상의 이야기들 때문에, 읽으면서도 정신적으로 굉장히 소모적이었다. 나름 정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읽다가 다시 앞 문장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곱씹으며 다음 문장을 읽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인지 백 페이지가 조금 넘는 정도의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느낌상으로는 3권짜리 장편 소설이라도 읽은 듯한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