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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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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 마스다 미리 | 이봄 적당히 즐겁고 나름대로 괜찮은 어른의 나날들 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의 글들이다. 일상 속 에피소드는 물론 그때그때의 감정들에 충실하면서도 과장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적고 있는 솔직함이 돋보이는 까닭이다. 더욱이 여기에 묶인 글들은 그녀가 삼십 대 후반에서 마흔을 맞이하는 시기에 적은 것들이어서 이 무렵을 통과하고 있는 여성들이 읽는 다면 한층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리라. 그녀의 만화와 에세이를 좋아해서 여태껏 꽤 많은 책들을 읽어 왔는데, 그 안에서도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그녀를 알게 해 준 첫 책인 데다가 가볍지만 긴 여운을 남긴 만화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아끼고 있다. 여기에 『주말에 숲으로』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책 중의 하나인데, 이 무렵의 나 역시 자연이 주는 치..
女湯のできごと(여탕에서 생긴 일) | 益田ミリ | 光文社 “남자들이 없는 그곳에서 여자들은 뭘 할까?” 유년시절, 매일같이 드나들던 동네 목욕탕에서의 추억을 담고 있다. 아무렇지 않던 남탕 출입이 어느 순간 부끄럽게 느껴지면서 자신이 여자라는 생물이란 걸 자각하게 됐다는 작가의 본격 여탕 출입기인 셈이다. 사춘기 무렵 찾아온 신체 변화에 당혹스러워하며 고민에 빠졌던 나날, 목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에 엄마, 여동생과 나눠 마시던 음료수에 대한 추억을 꺼내어 본다. 뭐든 아까워하는 아줌마들의 등쌀에 헬멧같이 생긴 헤어 드라이기 아래 종종 앉혀지기도, 어릴 적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푸석하고 늘어진 피부의 할머니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는 한편,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자주 목욕탕에 드나들지는 않지만 그때보다 한결 자유롭고 편해진 스스로를 발..
어른 초등학생 | 마스다 미리 | 이봄 그림책을 펼치면 되살아나는 ‘어린아이’의 시간 그것은 어른이 돤 자신을 지키는 ‘토대’가 된다 그림책을 통해 유년을 향수하며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린다. 신나고 즐거웠고 때로는 실수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던 지난날이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어엿하게 성장했음에 감사한다. 그것이 그녀에게 있어서 그림책이 소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어른이 된 지금에까지 그녀의 마음속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을 수 있는 이유리라. 그러고는 이따금씩 꺼내어 읽으면서, 자신 안에 있는 유년의 어린 자신과 마주한다. 그것은 그림책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소중히 아끼며, 언제까지나 간직하고픈 바람에서 비롯한다. 누구나 그런 대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매개로 유년을 떠올리고 추억하게 하는 무언가. 여기저기 패이고 빛바랜 낡..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 | 마스다 미리 | 이봄 한 번뿐인 인생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마흔 살이 됐을 때, 문득 ‘아름다운 것을 많이 봐 두고 싶다.’는 다급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하는 그녀.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마흔 한 살부터 마흔 여덟 살까지 계속된다. 오로라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출발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는 테마로 떠난 독일, 몽생미셸이 있는 프랑스와 리우 카니발 축제의 브라질, 핑시 풍등제가 열리는 타이완이 그 결심의 여행지들이다. 평소 동경하면서도 좀처럼 떠나기 힘들었던 곳들을 더 늦기 전에 떠나보자고 용기 내 감행에 나선 것이다. 단, 혼자 떠나는 여행인 데다가 언어와 체력 문제가 있기에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 투어를 이용하기로 한다. 그렇게 약 십 년에 ..
ふつうな私のゆるゆる作家生活(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 益田ミリ | 文春文庫 마스다 미리가 말하는 작가로 산다는 것!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로 시작된 작가 마스다 미리와의 인연이 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네모 반듯한 컷 속에 담긴 간결한 그림과 이야기가 소소한 웃음을 주고 공감을 자아내는 이유리라. 어찌 보면, 너무도 일상적이어서 별 것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무척이나 사소하고 심심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외려 그 점이, 그 현실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 중심에 놓인 수짱 캐릭터를 아낀다. 이번에 만난 책은 저자가 도쿄로 상경해 작가가 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담은 자전적 만화다. 여러 편집자들을 마주하면서 맞닥뜨렸던 이런저런 상황들을 되짚거나, 그때에 스쳤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풀어 놓는 식이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내키지 않음에도 이곳저곳 기웃대는 모습이..
그렇게 쓰여 있었다 | 마스다 미리 | 이봄 어른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안타까움, 서글픔, 아름다움을 엮은 매혹의 에세이 어른과 아이 틈에서 어른아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그들의 몸은 어린아이의 형상을 지웠지만, 가슴 한 켠에는 유년의 순수를 고이 담고 사는 이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이가 몇 이건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마음 안에 깃든 아이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으면 그만. 저자 마스다 미리는 마흔 중반의 어른으로서,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에 대하여 말한다. 그 안에는 한 가정의 딸로서, 싱글 여성으로서, 친구들과 OO모임을 곧잘 결성하며 유쾌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포함한다. 그 일상을 슬며시 들여다 보면, 그녀의 마음 한가운데 자리한 어린 시절을 소중히 대하는 그녀가 존재한다. 때론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
今日も怒ってしまいました(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 益田ミリ | 文春文庫 화를 내는 일은 날마다 가볍게 찾아오는 것 저자는 화를 내고 말았던 자신의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당시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 일화들을 차례로 만나다 보면, 그 대상은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일 때도 있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가까운 이에게서 비롯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러는 그 화가 자신을 향해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로 인한 화는 잠시 스쳐 지나고 마는 별 것 아닐 때도 있지만, 며칠을 끙끙 앓을 정도로 치밀어 오르는 화일 적도 있다. 그러고 보면, 일상에서 ‘화’라는 것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감정인지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머리말에 보면, 작가는 이렇게 적고 있다. ‘그 화에 슬픔이 포함되어 있는지? 혹 그렇지 않다면, 그 화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고. 그러니 구원받..
言えないコトバ(하기 힘든 말) | 益田ミリ | 集英社 ‘그 말’이 하기 힘든 건, 왜지? 말의 저편에 웅크린 미묘한 여자 심리, 시원하게 콕 집어주는 마스다 미리의 솔직담백한 고백! 일상에서 스쳤던 소소한 감정들이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되살아나곤 한다. 스스로의 소심함에 적잖이 당황했던 경우가 주로 그렇다. 그때마다 나는 재빨리 다른 생각 혹은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그것을 대개는 감추고 싶어했다. 그런데 작가는 그 찰나에 들었던 생각이나 감정들에 대단히 솔직하다. 그리고 그것을 담백한 글로써 고백한다. 이번에 읽은 『言えないコトバ, 하기 힘든 말』에 「いくら気をつけていたところで、普段使っているコトバって、あらゆるところから滲み出てくるもの。(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평소 쓰는 말은 온갖 곳에서 스며 나오는 것.)」ーつかえない (p.147) 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