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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女湯のできごと(여탕에서 생긴 일) | 益田ミリ | 光文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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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남자들이 없는 그곳에서 여자들은 뭘 할까?”

 

 

 

유년시절, 매일같이 드나들던 동네 목욕탕에서의 추억을 담고 있다. 아무렇지 않던 남탕 출입이 어느 순간 부끄럽게 느껴지면서 자신이 여자라는 생물이란 걸 자각하게 됐다는 작가의 본격 여탕 출입기인 셈이다. 사춘기 무렵 찾아온 신체 변화에 당혹스러워하며 고민에 빠졌던 나날, 목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에 엄마, 여동생과 나눠 마시던 음료수에 대한 추억을 꺼내어 본다. 뭐든 아까워하는 아줌마들의 등쌀에 헬멧같이 생긴 헤어 드라이기 아래 종종 앉혀지기도, 어릴 적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푸석하고 늘어진 피부의 할머니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는 한편,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자주 목욕탕에 드나들지는 않지만 그때보다 한결 자유롭고 편해진 스스로를 발견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공감을 자아낸다.

사실 나는 아파트 생활의 연속이었고 열에 아홉 웬만한 아주머니들은 좋아하신다는 그 흔한 찜질방 욕탕의 후끈함을 즐기시지 않는 엄마의 영향으로 목욕탕에 대한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저 다른 목적으로 어느 지방에 들렀다가 마침 물이 좋다는 지역 온천이 있으면 한 번 가볼까, 의견이 모아져 몇 차례 가본 것이 전부니까. 그나마도 아주 오래전 이야기라 사진첩 속 사진으로나 추억할 뿐인데, 그 안에서도 유독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욕탕 바깥, 그러니까 엄마와 여탕으로 향하면서 혼자 남탕으로 발걸음을 옮기시는 아빠를 향해 손 흔들던 순간만이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진작에 나와 혼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계시던 모습, - 거기에 스민 안타까움, 이를테면 안됐다, 외로웠겠네, 심심했으려나. 따위의 감정들 – 정도다. 그런데 그다지 경험한 적도, 누군가에게 좀처럼 들을 기회도 없었던 목욕탕에서의 일화라니, 새롭고도 흥미로웠다.

그야말로 이 에세이들은 지난날에 일상적으로 드나들었던 목욕탕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그 안에서 겪었던 소소한 일화들이 그녀의 세심한 관찰과 여태껏 고이 간직해 온 추억의 힘으로 되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짤막한 만화 에피소드까지 더해져 그 즐거움은 배가 될 수밖에. 개인적으로는 미지에 가까웠던 여탕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무료한 나날 안에서 신선한 재미를 느꼈다, 반면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는 추억의 나날을 상기하게 할 것이니, 그 나름의 공통분모가 있을 테다. 입때껏 그래 왔듯,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는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家にお風呂があったらいいのになぁ。いつもそう思っていたけれど、お風呂がなかったからこそ見えた世界もあった、と今では思う。  ー p。174

집에 욕실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지만, 욕실이 없었기 때문에 보았던 세계도 있었다고 지금 와 생각한다.

 

 

 

 

 

여탕에서 생긴 일 - 10점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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