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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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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 웅진지식하우스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한 남자의 삶과 죽음, 인생과 예술에 대한 우아하고 지적인 10년의 회고 형을 잃은 저자는 뉴욕의 마천루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도 유망한 회사에서 나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기로 한다.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세상을 등지고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p.69)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결정에 대하여 이렇게 적고 있다. 이제 내가 할 유일한 일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망을 보는 것.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은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켜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 이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 p.33, 34 「1장 -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사..
평온한 날 | 김보희 | 마음산책 김보희 그림산문집 초록 그림이 많아진 것은 자연스러운 삶의 반영이다. 그 싱싱한 초록 속에 내가 살고 있다는 증거다. 큼지막한 초록 잎을 시원하게 펼쳐 그릴 때면, 작은 체구의 나도 활짝 몸을 펴는 느낌이다. - p.61 제주에 정착한 화가가 그린 그림에는 초록이 넘실댄다. 그 그림들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자니, 어느새 초록의 싱싱하고 맑은 내음을 들이켜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덕분에 낮의 조금 산란했던 마음이 진정되며, 그림에는 치유의 힘이 있고 묘한 감동이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평온한 날』은 화가의 그림뿐 아니라 제주에서의 일상과 그림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어 한층 풍성한 만듦새가 인상적이었던 그림 산문집이었다. 언젠가 그 초록의 그림들을 직접 마주하고 싶다고도 생각하며. 나이 70에..
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 | 창비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 안내자 양정무의 미술관에는 없는 미술 이야기 인간사에 얽힌 미술 이야기를 4개의 주제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첫 장에서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는 고전미술의 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미에 대한 고정관념을 일깨운다. 두 번째 장은 정치적‧사회적‧문화적 흐름에 따라 변화해온 미술작품 속 표정에 주목하고, 세 번째 장에서는 왕과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예술작품이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되며 박물관과 미술관이 열린 공간으로 변모해 온 역사를 다룬다. 마지막 장에서는 미술과 팬데믹이라는 주제로 과거 흑사병과 스페인독감이 창궐했던 시기에 많은 이들이 죽음의 공포 안에서 사투하며 일궈 온 예술작품을 살핀다. 특히나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오늘의 우리 모습과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 | 학고재 일찍이 누가 문화유산의 정겨움을 이런 문장으로 그려낼 수 있었던가! 우리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이 얼마나 지극하면 이런 황홀한 표현이 나오는 걸까, 싶을 정도의 유려한 문장들로 가득했다. 물론 이 같은 극진한 감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문화재의 훌륭함 덕분이겠지만, 그가 칭찬했던 면면을 도판으로 나마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소중했다. 동시에 그간 흘려 봤던 우리 문화재들을 직접 바라보고 내 나름의 감상을 해 보고 싶단 생각을 갖게 하게도 했다. 새삼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한국의 미술은 언제나 담담하다. 그리고 욕심이 없어서 좋다. 없으면 없는 대로의 재료, 있으면 있는 대로의 솜씨가 꾸밈없이 드러난 것, 다채롭지도 수다스럽지도 않은, 그다지 슬플 것도 즐거울 것도 없는 덤덤한 매무새가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빈센트 반 고흐 | 예담 영혼과 생명을 바쳐 그림을 그린 화가, 고흐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들여다보는 편지 모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하나로 잘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지독한 가난과 미약한 심신 사이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은 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생전에 단 하나의 유화 작품만이 팔렸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오직 동생이었던 테오가 유일했으니. 후에 정신적 고통이 극심한 상황에 이르러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강한 욕망 탓에 다시금 붓을 쥘 정도로, 그의 그림을 향한 사랑은 어찌 보면 처연하기까지 하다. 특히나 "아무래도 요령 있게 살아가기에는 내가 너무 현실적이지 못한 것 같다"는 그의 고백이 있기에 더욱 애잔하다. 죽어서 묻힌 화가들은 후세대에 자신의 작품..
KBS 명작 스캔들 | 민승식(기획)·한지원(글) | 페이퍼스토리 도도한 명작의 아주 발칙하고 은밀한 이야기 KBS에서 작년 상반기까지 방영되었던 교양 프로그램 을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다. 꼬박꼬박 챙겨봤던 건 아니었지만, 간간이 지나가면서 흥미로운 작품을 소재로 할 때는 꽤나 몰두해서 보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나는 몇몇을 꼽아보면 쇠라의 나, 벨라스케스의 , 그리고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는 드가의 이야기 정도가 머리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책으로도 발간된 걸 최근에야 알고, 틈틈이 한 작품씩 읽어봤다. 그중 하나, 일상의 절묘한 순간을 포착하여 예술로 승화시킨, 일명 '결정적 순간'으로 대표되는 앙드레 카르티에-브레송. 대표작인 는 그야말로 결정적 순간을 담고 있다. 생 라자르 역 뒤편에서 물이 고인 웅덩이를 뛰어 넘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은 담벼락에 ..
아트, 도쿄 | 최재혁, 박현정 | 북하우스 도쿄 24곳 미술관이 들려주는 생생한 예술 이야기 제목을 보고 집어 든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트와 도쿄의 결합이니, 내용도 분명 흥미로울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가보지 못한 곳 중에 마음에 든 몇몇 곳은 다음번 도쿄 여행의 마음속 1순위 방문 장소로 점찍어 두기도 하고, 이미 가봤던 곳은 그때 느낀 나름대로의 여운을 가지고 흥미롭게 읽어 보았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점이 아쉽긴 했다. 여하튼 도쿄 아트 테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친절한 책이 될 것 같다. 아트, 도쿄 - 박현정.최재혁 지음/북하우스
돈이 되는 미술 | 김순응 | 학고재 성공하는 미술 투자 노하우 삼 년 전쯤인가. 김순응 K옥션 사장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이력을 처음 들었을 땐, 의아하단 생각부터 들었다. 그저 예술품 사랑이 각별한 컬렉터로서의 삶이 훨씬 즐거울 수도 있는데, 굳이 하나은행 자금본부 본부장이라는 직책을 놔두고 미술계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그런 그가 성공하는 미술 투자 노하우를 담은 책, 『돈이 되는 미술』을 펴냈다. 미술 작품을 사고 싶어도 어떤 작품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알지 못하는 미래의 컬렉터들을 위해서. 미술 작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작품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 또한 숨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확고한 안목이 있거나 상당한 재력이 있지 않은 한, 값이 나가는 그림 앞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