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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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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 민음사 고루하고 위선적인 권위에 희생된 순수한 소년의 비극 개인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의지를 짓밟는 제도와 교육에 대한 비판 소년 한스 기벤라트는 총명했고, 그런 까닭에 아버지와 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재능 있는 아이라면 의례히 나아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을 향해 내디뎠다. 그것은 곧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가 되는 일이었는데, 입학의 기쁨과 밝은 장래에 대한 설렘도 잠시, 신학교 생활은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온 지난날의 삶을 전복시킨다. 결국 신경쇠약 증세로 학교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더는 주위에서 격려하던 이들이 존재하지 않는 냉엄한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그 파국의 여정을 좇으며 수레바퀴 아래서 있던 젊은 영혼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물론 어느 누구도 한스가 잘못되기를 ..
노르웨이의 숲(30th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노르웨이의 숲』 3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이 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문학사상사의 『상실의 시대』와 일서 문고판(상·하)이 이미 책장에 꽂혀있고 시간의 텀을 두고 너댓번은 족히 읽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옷을 입고 반기는 마케팅의 꼬임에 넘어갈 수밖에……. 그래도 기존 소지하고 있는 『상실의 시대』가 유유정 번역이라면, 30주년 『노르웨이의 숲』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양억관 번역의 책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어디냐며 그렇게 소장을 위한 합리화는 순식간에 완료됐다. 이참에 새 책으로 한 번 더 읽어봐야지, 마음 먹으면서. 그런데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말한 문학적 건망증이 다분해서 그런가, 다시 읽어도 지루하단 생각은 커녕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포리스트 카터 | 아름드리미디어 이 시대의 고전, 모든 세대를 위한 불후의 명작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체로키 인디언으로서의 삶을 영위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쓴 지은이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러므로 소설 속 화자이기도 한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로부터 불렸던 자신의 실제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자연 안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여러 마리의 개들과 함께했던 어린 시절의 일화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고 있다. 그 시절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한 편의 순수한 동화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연의 일부이기보다는 그 위에 군림하며 사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봤을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소설 속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문학동네 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 그것이 어째서 그리도 어려웠을까? 건강한 자아 형성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훗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는 인생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데미안』 속 에밀 싱클레어 역시 십 대 시절, 혹독한 내면 성찰의 시기를 거친다. 그것은 부모님이 계신 좁지만 안락한 낮의 세계와 그 경계 너머의 어둠과 폭력이 난무하는 밤의 세계를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서로 극과 극이면서도 놀라우리만큼 밀착되어 있고 심지어는 혼재되어 있기까지 한 두 세계에서 싱클레어가 느끼는 혼란과 불안은 그의 유년을 치열하고 투쟁적으로 만들지만, 그 과정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가기에 결코 부질없는 일만은 아니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열중해 ..
호밀밭의 파수꾼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민음사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 p. 248 [빌 헬름 스테켈 (정신분석 학자)]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 콜필드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2박 3일간의 여정을 담은 소설이다. 조금 더 보태자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 안에서 갈등과 고민을 거듭하며 서서히 성숙해 가는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전개 과정을 거치는데, 중요한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진부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오히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고 또 겪었을 십 대 시절의 방황과 일탈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모습 혹은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한다. 떠올려보면 도서관에서 이 책을 처..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사상 젊은 날 슬프고 감미롭고 황홀한 사랑 이야기 예전에 읽었을 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읽고 지나쳤던 것 같은데, 얼마 전 『잡문집』을 읽고 나서 『상실의 시대』를 읽다 보니, 소설 속 주인공인 와타나베 토오루가 상당 부분 하루키 자신과 일치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도 작가 또한 이 소설이 극히 개인적인 소설이라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가령 책 읽기를 즐겨한다는 사실, 특히나 기숙사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사귀게 된 나카시마 선배와의 일화는 잡문집에서도 언급한 적 있는 하루키의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빨래와 다림질에 대한 일화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 등등. 문득, 이 같은 자전적 소설이 일본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얼까, 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