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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호밀밭의 파수꾼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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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 p. 248 [빌 헬름 스테켈 (정신분석 학자)]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 콜필드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2박 3일간의 여정을 담은 소설이다. 조금 더 보태자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 안에서 갈등과 고민을 거듭하며 서서히 성숙해 가는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전개 과정을 거치는데, 중요한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진부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오히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고 또 겪었을 십 대 시절의 방황과 일탈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모습 혹은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한다.

 

떠올려보면 도서관에서 이 책을 처음 발견했던 그땐, 그저 치기 어린 한 소년의 방황기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 이상의 감흥을 얻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다시 만난 『호밀밭의 파수꾼』은 책을 다 읽고도 한참을 머릿속에서 떠올릴 만큼 그 여운이 꽤 오래갔다. 그 시기를 충분한 성장통 없이 뜨뜻미지근하게 지나쳐 간 탓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반쪽 어른이 돼 버린 느낌이어서였을까, 아무튼 그랬다.

 

어찌 됐든 분명한 건, 불합리가 난무하는 세상에 정면으로 맞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솔직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방황과 일탈로 점철되는 청춘의 시기,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는 데에 있다. 그런 면에서 온몸으로 성장통을 겪어내고, 그 과정 안에서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던 콜필드가 진심으로 부러웠고, 또 현명 했다는 생각이 든다.

 

 

 

(…)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땐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 p.229, 230

 

 

 

 

 

호밀밭의 파수꾼 - 10점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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