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15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문학동네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
그것이 어째서 그리도 어려웠을까?

 

 

 

건강한 자아 형성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훗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는 인생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데미안』 속 에밀 싱클레어 역시 십 대 시절, 혹독한 내면 성찰의 시기를 거친다. 그것은 부모님이 계신 좁지만 안락한 낮의 세계와 그 경계 너머의 어둠과 폭력이 난무하는 밤의 세계를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서로 극과 극이면서도 놀라우리만큼 밀착되어 있고 심지어는 혼재되어 있기까지 한 두 세계에서 싱클레어가 느끼는 혼란과 불안은 그의 유년을 치열하고 투쟁적으로 만들지만, 그 과정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가기에 결코 부질없는 일만은 아니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열중해 있었고, 언제나 나 자신과 함께였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한 조각 삶을 살아봤으면, 내 안에서 무언가를 세상으로 내보냈으면, 세상과 관계를 맺고 투쟁도 해봤으면 하고 간절히 원했다. 이따금 저녁에 거리를 걸으며 불안한 마음으로 한밤중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때면 나는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이제는, 정말 이제는 내 애인을 만나게 되리라. 그녀가 다음 모퉁이를 지나가고 있으리라, 다음 창문에서 나를 불러주리라. 이따금은 이 모든 것이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럽게 여겨졌고, 한번은 목숨을 끊을까도 생각했다.    - p.117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혼란과 불안의 시기를 겪으며, 그 안에서 가장 자신다울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기 마련인 것 같다. 그리고 일생에 거쳐 그 지점에 도달하고자 무던히도 애를 쓰는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알다시피 그 여정에는 위기의 순간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고, 수시로 엄습해오는 불안한 마음 또한 다스려야 한다. 어떻게 보면 참 피곤한 인생길이란 생각마저 드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마다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자신만의 지향점을 향한 의지, 그리고 영혼에의 갈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인생이란 녹록지 않은 여정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임을 안 이상, 그 가시밭길이 결코 두렵지만은 않은 것이리라.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진정한 소명이란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그것뿐이다. (…) 나는 자연의 내던짐이었다. 불확실성을 향한, 어쩌면 새로움을 향한,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향한 내던짐이었다. 그리고 태고의 깊이에서 나오는 이 내던짐이 완전히 이루어지도록 내 안에서 그 의지를 느끼고, 그것을 완전히 나의 의지로 삼는 것, 그것만이 내 소명이었다. 오직 그것만이!    - p.154

 

 

'나'란 사람에 온전히 도달하기 위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힘을 내야겠다. 어려운 고개 너머의 아름답게 반짝일 그 무언가를 위해!

 

 

"태어나는 일은 언제나 어렵죠. 당신도 알죠. 새는 알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애쓴다는 걸. 돌이켜 물어보세요. 길이 그토록 어려웠던가? 오직 어렵기만 했던가? 아름답기도 하지 않았던가? 당신은 그보다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 수 있었을까요?"    - p.171

 

 

 

 

 

데미안 (무선) - 10점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문학동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