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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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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 | 후루타 야스시 | 서해문집 누구나 꿈꾸는 세상 산호초 위에 앨버트로스의 똥이 쌓여 생겨난 작은 섬이 있다. 사람들은 매장된 인광석으로 부자가 됐고, 198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세금도 없었으며 모든 것이 공짜였다. 그러나 인광석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태평양에 있는 나우루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다. 앨버트로스의 똥은 그곳 사람들에게 부를 안겨다 줬지만, 결과적으로 독이 되었다. 그동안 자신들이 일궈온 것들에서 손 놓게 함으로써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잃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인광석이 거의 다 사라질 즈음에서야 위기감을 느끼고 상황을 타개해 나가고자 했지만, 자신들 앞에 닥친 문제들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풍요로웠던 삶이 가져온 후폭풍이었..
내가 빛나는 순간 | 파울로 코엘료 | 자음과모음 영원한 여행자이며 히피, 파울로 코엘료 에세이 삶이 지우는 온갖 어려움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며 나아갈 수 있는 힘은 결국 제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때때로 자신을 홀대하고 몰아붙임으로써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입히곤 하는 사람들… 실은 더욱 아끼고 다독이며 감싸 안아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신을 향한 사랑에 서투른 까닭이리라.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그런 이들에게 짤막한 글로써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긍정의 메시지를 띄운다. 그리하여 저마다의 ‘내가 빛나는 순간’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는 “인생이란, 두려움에서 사랑으로 이어지는 긴 순롓길”(p.69)에 비유한 바 있다. 우리가 서 있는 이 길이 낯설어 불안하고 초조하더라도 눈앞에 펼쳐진 때때로의 암흑에 ..
천재의 지도 | 에릭 와이너 | 문학동네 위대한 정신을 길러낸 도시들에서 배우다 저자 에릭 와이너는 천재들이 활동하던 무대를 찾아 나선다. 그렇게 일곱 도시를 여행하면서, 한 도시의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창조성을 이끌어냈는가에 대하여 다방면적으로 알아가고자 한다. 『천재의 지도』는 그 여정의 결과물인 셈이다. 흔히 우리는 특정 분야에서 특출한 면모를 보이는 이들을 가리켜 천재라 칭한다. 그런데 그는 역사상 대개 한 장소에서 복수의 위대한 천재들이 배출되어 왔음에 주목한다. 개인의 능력 이전에 그와 같은 남다른 천재성이 발현될 수 있었던 환경적 요인에 대하여 살피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각 도시의 역사적․사회적․정신적․문화적 요소들을 취합함으로써 천재들의 배양지로서 저마다 행했던 역할에 대하여 면밀하게 탐구한다. 개인적으로 놀..
100 인생 그림책 | 하이케 팔러 | 사계절 0세에서 100세까지 100장면으로 보는 인생의 맛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갈 모두의 보편적 인생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자연스레 내가 서 있는 지점에서 가만히 살아온 날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펼쳐질 나날에 대하여 상상해본다. 그 짧지만 깊었던 순간이 정말이지 소중했다. 『100 인생 그림책』을 넘기다가 인생의 중반인 50에 이르렀을 때, 어린 딸은 제 엄마의 손을 잡고 그 엄마는 나이가 지긋해져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빛나는 그녀의 엄마 손을 꼭 잡고 셋이 함께 나아간다. 그리고 쓰여 있다. “인생에는 두 가지 큰 힘이 있어. 누군가 너를 끌어주고 있니? 누군가 너를 밀어주고 있니?”라고. 다가올 나의 오십에는 곁에서 나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이 두 가지 큰 힘만 있어도 충분히 순항 ..
빅터 프랭클 | 빅터 프랭클 | 특별한서재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빅터 프랭클의 인생과 철학 정신요법 제3 빈 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의 자서전이다. 엄격하면서도 인자하셨던 부모님 아래, 정신과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추억한다. 이후 의사로서의 삶과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음의 수용소로 끌려가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던 지난날을 담담히 회고한다. 무엇보다 수용소 안에서의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회상하며 ‘죽음이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p.17)는 깨달음이 로고테라피 창시의 초석이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앞서 - 고통 속에서 좌절하기보다는 그럼에도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노력의 끈을 놓지 않음으로써, 훗날 전세계 강연 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 그의 또 다른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 곰출판 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룰루 밀러의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 혼돈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고자 분주하다. 그리하여 착안된 방법 중의 하나가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리라.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물고기들에 이름 붙이기를 행했던 생물학자였다. 저자로 하여금 그의 행적은 혼돈 속 암울한 시간에 갇힌 자신의 삶에 안내자가 돼 줄지도 모른다는 “도전적인 소망”(p.18)을 갖게 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저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차근하게 추적해 나간다. 지치지 않는 열정,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불굴의 의지는 가히 찬탄할 만했다. 그러나 어느..
우아한 우주 |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 프시케의숲 경이로운 우주에 관한 서정적이고 찬란한 51가지 사색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의 가능한 모든 것들에 대하여 말한다. 그야말로 ‘우아한 우주’의 이야기랄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과학적 지식, 그 적확한 사실에 대한 기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한 놀라우리만큼 서정적이고도 낭만적인 접근 방식에 있다. 더불어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져, 우주를 향한 경이로운 탐구의 여정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모든 생명체들과 그들의 터전인 자연, 나아가 우주가 품고 있는 이 모든 사색이 정말이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의 『우아한 우주』가 그것을 깨닫게 한다. 태양계 천체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움직이는지 잘 (혹은 대충이라도) 알기 전까지는 그들의 ..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 찰리 맥커시 | 상상의힘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놀라운 창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이따금 떠올린다. 과연 삶이란 무엇일까, 내가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혹시 놓치고 있는 게 있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찰리 매커시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에는 그와 같은 고민들로 골몰하는 우리 각자가 투영돼 있어 시선을 끈다. 그 가운데 서로에게 작은 용기를 건네는 모습 안에서 자연스레 지금 이 순간 내 자신에게 해주고픈 말들을 마주하게도 한다.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아끼고 신뢰하는 일의 소중함 역시도 깨닫게 한다. 마음을 데우는 글과 그림이 사랑스러운 책이 아닐 수 없다. “때때로 네게 들려오는 모든 말들이 미움에 가득 찬 말들이겠지만, 세상에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이 있어.”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