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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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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듯 천천히 | 고레에다 히로카즈 | 문학동네 "그래서 영화를, 다큐멘터리를 만듭니다"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과 일상, 그리고 영화를 읽어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에세이집 얼마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게 됐다. 15년 전, 가족을 두고 떠났던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세 자매(사치, 요시노, 치카)는 그곳에서 이복동생 스즈를 처음 마주한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 탓에 데면데면 지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관계지만, 세 자매는 이복동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한 집에서 네 자매가 되어 살아간다. 사실 이 영화를 유심히 보게 됐던 이유 중 하나는 영화속 배경지인 가마쿠라(鎌倉)에 있었다. 아름다운 쇼난 해안과 평행을 이루며 내달리는 에노덴의 운치 있는 모습은 가마쿠라에 들러본 ..
젖은 모래 위의 두 발 | 안도핀 쥘리앙 | 열린책들 생에 살아갈 날을 더할 수 없다면 살아갈 날에 생을 더해야 한다. - 암 의학자, 장 베르나르(Jean Bernard) 『젖은 모래 위의 두 발』은 두 살 나이에 희귀 유전병에 걸려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소녀, 타이스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타이스의 진단 당시 엄마 뱃속에 있던 아질리스마저도 동일한 유전병을 안고 태어나게 된다. 그래도 한 가닥의 희망이 있다면, 조기 진단으로 본격적인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는 거다. 그러나 타이스의 경우는 다르다. 이상 증세를 눈치채고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인간의 손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 탓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약물을 통해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어주는 것,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 청미래 알랭 드 보통이 떠나는 여행의 모든 것! 매번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여행에 나서지만, 그 모든 것은 떠나기 위한 핑계였단 생각이 문득 든다. 그렇기에 늘 어디로 떠날까를 골몰하는 데서 여행이 시작되지만, 실은 그저 어디로 라도 떠나고 싶었던 게 본심이었던 거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어딘가로 떠나고, 그 짧지만 강렬했던 시간들을 통해 얼마간의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얻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목적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욕망은 떠나는 것이었다. 그가 결론을 내린 대로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 어디로라도 떠나는 것이었다. - p.49 비일상적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떠난 여행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수많은 풍경과 마주하며 자연 그 자체의 위대함과 숭고함에..
불안 | 알랭 드 보통 | 은행나무 스마트한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알려주는 불안을 떨치고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방법들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불안이 없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불안의 감정을 단순히 두렵고 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그 원인을 파헤치고 나름의 해법을 찾아 지혜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꽤 흥미롭고, 또 유용하다. 그는 불안의 원인을 사랑 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에서 찾고 있고, 철학과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의 다방면을 통해 그 해법을 제시한다. 그가 짚어내는 불안의 원인에 깊이 수긍하면서도 해법에 이르러서는 그의 철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박학다식함이 새삼 놀라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해..
울지 않는 아이·우는 어른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울지 않는 아이'에서 '우는 어른'이 되기까지 에쿠니 가오리 성장 에세이! 에쿠니 가오리가 전하는 성장일기, 『울지 않는 아이』와 『우는 어른』은 그녀가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과 같은 취향에서부터 일상에서 그녀가 얻는 소소한 즐거움, 한 인간으로서 삶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글을 쓸 수 있었던 출발과 진행형인 작가로서의 삶 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어른스럽다는 것은… 등뼈를 반듯하게 세우고 있는 것, 어리광을 피우거나 아부하지 않는 것." "울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진정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는 뜻이겠지요." 더보기 + 가끔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는지… 문득 타인의 삶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슬쩍 그들의 삶을 엿볼 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미치 앨봄 | 살림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 평온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일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땐,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해지면서 눈에 눈물이 고이고…. 모리 교수가 남긴 소중한 이야기를 가슴 한 켠에 담아두기로 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 그의 이름, 모리 슈워츠(Morrie Schwartz). "내가 이 병을 앓으며 배운 가장 큰 것을 말해 줄까? 사랑을 나눠 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 p.75 "인생은 밀고 당김의 연속이네. 자넨 이것이 되고 싶지만 다른 것을 해야만 하지. 이런 것이 자네 마음을 상하게 하지만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자넨 너무나 잘 알아...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 비채 당신이 사랑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 서점에 갔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로운 책이 출간된 것을 발견했다. 미발표 에세이에서부터 미수록 단편소설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을 담은 잡문집이라고. 설날 복주머니를 열어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하루키의 글귀가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 맞이했던 지난 신년, 후쿠부쿠로 하나를 구입하고는 무척 설레하며 뭐가 들어있을지, 가슴 두근거렸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그때의 그 느낌으로 한 편 한 편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 나갔던 책.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비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