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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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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소설이다 | 기욤 뮈소 | 밝은세상 캐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 의문을 풀어줄 비밀의 방문이 열린다! 요 며칠 손에 쥐고 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인생은 소설이다’라는 제목을 가만히 곱씹어 본다.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한 허구의 이야기가 우리 각자의 마음에 가뿐히 안착해 작은 파동을 이뤄내는 그 신비가 새삼 경이로웠던 것이다. 소설의 말미, 테오는 아버지이자 작가이기도 한 로맹 오조르스키의 소설에 대하여 말한다. ‘아버지는 독자들이 잠시나마 실존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등장인물들이 전하는 내밀한 사연, 그들이 겪어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을 주로 써왔다. 철학적인 고민, 언어의 미학과 예술성을 중요하게 다른 작품들과는 정반대 지점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p.253)다 라고. 입때껏 기욤 뮈소의 소설들을 떠올려 보..
페스트 | 알베르 카뮈 | 민음사 위험이 도사리는 폐쇄된 도시에서 극한의 절망과 마주하는 인간 군상 죽음이라는 엄혹한 인간 조건 앞에서도 억누를 수 없는 희망의 의지 194X년 알제리 해안에 면한 평범한 도시 오랑에서 창궐한 페스트를 중심축으로 한 연대기다. 붉은 피를 토하며 비틀대다가 죽어 가는 쥐 떼들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정부 당국은 페스트를 선포한다. 연이어 도시 봉쇄를 명하는데, 전염병으로 인한 공포는 물론 뜻하지 않게 헤어진 연인, 가족들로 인해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그 대혼란의 한복판에서 의사이자 서술자인 리유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은 저마다의 신념과 방식으로 재앙에 맞서고자 한다. 페스트라는 짙은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도시, 이 안에 갇힌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마주하는 인간 군상이 낯설지 않다. 작년 말, 중국 우한에..
이방인 | 알베르 카뮈 | 민음사 억압적인 관습과 부조리를 고발하며 영원한 신화의 반열에 오른 작품 뫼르소가 아랍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던 그 순간을 되뇌어 본다. 레몽에게 휘둘렀던 칼을 재차 꺼내 든 아랍인의 잘못이었을까, 그때에 칼날 위로 강하게 내리쬐던 태양의 잘못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 비록 어떠한 의도도 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 상대가 꺼낸 칼날 위 반사된 빛을 어쩌지 못하고 권총을 꺼낸 뫼르소의 잘못이었을까. 이 일련의 상황은 재판장에서 피고인 측 증인대에 올랐던 셀레스트가 반복하여 말했듯, ‘하나의 불행’이라고 밖엔 설명할 길 없는 아주 지독한 불행의 한 순간이었음에 분명하다. 이후 뫼르소는 모든 자유를 박탈한 채, 사형에 처해질 날만을 기다리는 처지로 전락한다. 그렇게 이 세계에서 영원한 이방인이 돼 버린 뫼르소. 무엇..
충실한 마음 | 델핀 드 비강 | 레모 어둠 속에 내미는 손에 관한 이야기 중학교 선생인 엘렌은 유독 그늘이 보이는 한 학생(테오)이 마음에 걸려 나름의 애를 써보지만 녹록지 않다. 이혼한 부모를 둔 테오는 양 쪽을 오가는 불안한 생활을 이어 가는 처지로 친구 마티스와 마시는 술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마티스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음주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친구인 테오를 모르는 체하지 못한다. 마티스의 엄마인 세실은 아들과 어울리는 테오가 탐탁지 않은 한편 남편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무렵부터 혼잣말 증세를 보인다. 그리고 이들 네 인물에게는 어린 시절 받은 저마다의 상처가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물론 열두 살의 테오와 마티스에게는 당면해 있는 현재의 문제이기도 한데, 이미 어른이 된 엘렌과 세실 역시 그것을 과거의 일로만 접어..
슬픔이여 안녕 | 프랑수아즈 사강 | arte Bonjour Tristesse 프랑수아즈 사강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슬픔이여 안녕』은 오래전 읽었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통해 감탄해 마지않았던 유려한 심리 묘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십 대 후반의 소녀 ‘나(세실)’가 아버지의 여자인 엘자와 안 사이에서 마주하게 되는 혼재된 심정, – 이를테면 시기하고 질투하며 분노하면서도 숨길 수 없는 상대를 향한 동경과 경외, 감탄의 마음을 품으며, 때로는 은근한 멸시와 조소를 서슴지 않으면서도 연민하고 동정하기도 하는 – 그 예민한 정서적 변화를 날카롭고도 섬세한 필치로 적고 있는 까닭이다. 그 안에서 ‘나’는 결핍과 욕망, 사랑과 실연, 애증과 고통, 상실과 후회를 넘나 들며 혹독한 내적 성장통을 겪는다. 그 와중, 아버지와 재혼을 앞둔 안의 비극적..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 에밀 졸라 | 시공사 세계 최초의 백화점 '봉 마르셰'를 모델로, 19세기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재현한 에밀 졸라식 자연주의 소설의 숨은 걸작! 19세기 파리의 세계 최초 백화점 ‘봉 마르셰’를 모델로, 당시의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에밀 졸라의 장편소설이다. 그 포문은 연이어 부모님을 잃고 생계가 막막해진 스무 살의 드니즈 보뒤가 두 남동생을 데리고 파리에 있는 큰아버지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큰아버지가 운영하는 직물 전문점이 건너편에 들어선 거대한 백화점 탓에 형편이 기울어 조카들을 맡아줄 여력이 되지 않는다. 때마침 백화점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은 드니즈로 하여금 백화점으로 향하게 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드니즈가 수습 직원으로서 첫 발걸음을 떼며 힘든 노동과 동료들의 따돌림 ..
나무를 심는 사람 | 장 지오노 | 두레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감동적이고 가슴 따듯한 소설 프로방스 지방의 한 고원지대에 아내와 아들을 잃고 혼자가 된 남자, 엘제아르 부피에는 남은 생을 나무 심는 일에 열중하기로 한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고, 사람들의 탐욕에 황무지가 됐던 땅에는 차츰 나무들이 자라나면서 울창한 숲을 이룬다. 이에 자취를 감추었던 새와 동물,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면서 황폐했던 이전의 모습은 지우고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마을로 변모해간다. 이 짧은 이야기에 담긴 한 남자의 세상을 향한 헌신적 삶의 태도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날로 무분별하게 파괴되어 가고 있는 환경에 대한 우려와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들의 이기심,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더없이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나무 심는 남자가 일생을 ..
파리의 아파트 | 기욤 뮈소 | 밝은세상 천재화가의 신비로운 삶과 마지막 그림에 남긴 촌철살인의 메시지! 더없이 간절했던 아버지의 사랑, 더없이 사악했던 연쇄살인마의 복수! 극작가 가스파르 쿠탕스와 전직 형사 매들린 그린은 임대 회사의 실수로 인해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머물게 된다. 마침 그 집은 일 년 전 사망한 천재 화가 숀 로렌츠가 지내던 곳으로,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화가의 자취는 그들을 자연스레 하나의 사건에 몰두하게 만든다. 이맘때쯤이면 의례히 기욤 뮈소의 신작을 만나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파리의 아파트』를 통해 기욤 뮈소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이번 신작은 기존 소설에서 보여줬던 로맨스나 판타지적 요소보다는 스릴러적인 측면을 한층 강화한 인상이다. 동시에 심장병으로 거리에서 쓰러져 죽는 순간까지 납치된 아들(줄리안)을 찾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