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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나무를 심는 사람 | 장 지오노 | 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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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감동적이고 가슴 따듯한 소설

 

 

 

프로방스 지방의 한 고원지대에 아내와 아들을 잃고 혼자가 된 남자, 엘제아르 부피에는 남은 생을 나무 심는 일에 열중하기로 한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고, 사람들의 탐욕에 황무지가 됐던 땅에는 차츰 나무들이 자라나면서 울창한 숲을 이룬다. 이에 자취를 감추었던 새와 동물,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면서 황폐했던 이전의 모습은 지우고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마을로 변모해간다.

 

이 짧은 이야기에 담긴 한 남자의 세상을 향한 헌신적 삶의 태도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날로 무분별하게 파괴되어 가고 있는 환경에 대한 우려와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들의 이기심,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더없이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나무 심는 남자가 일생을 통해 보여준 이타적 삶의 모습이 한층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동시에 작은 일이지만 꾸준하게 행함으로써 훗날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 그의 삶이 보여주듯, 세상을 바꾸는 기적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우리 삶 속의 작은 실천의 씨앗으로부터 시작됨을 일깨우기도 한다. 이를테면 묵묵히 걸어온 희생적 삶의 가치를 증명했달까.

 

문득 지난 여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났던 ― '하이라이트 :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의 ― 한 작품을 떠올렸다. 버니 크라우스, 유브이에이의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 2016>라는 비디오·사운드 설치 작품이었는데, 암막 커튼을 젖히고 들어간 공간에는 캐나다, 미국, 브라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그 외 해양 지대에서 녹음한 자연 서식지의 사운드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한참을 집중해서 듣고 있자니, 자연의 온갖 생명체가 내는 소리들이 하나의 잘 짜여진 음악처럼 조화롭게 들렸다. 그 많은 생명체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그러니까 각기 다른 음역대에서 서로의 소리를 가리지 않은 채로 자신의 소리를 내고 있었던 거다. 나는 그 소리들을 가만히 들으면서, 이들 생명체가 내는 소리의 다양성과 그것들이 이루는 두터운 밀도가 실로 경이로웠고, 이 위대한 생명체들의 오케스트라를 계속 듣고 싶었다. 그런데 그랬던 장소들의 풍부했던 소리들이 차츰 단조로워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완벽한 침묵만이 감돌게 됐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가 오염되고 파괴된 탓이였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그 과정을 고스란히 목도했고, 순간 전시 공간을 메우고 있는 암흑이 숨 막힐듯 답답해져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매우 섬뜩했던 경험이었다. 그리고 불과 얼마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패션쇼에서 자연 친화적인 메시지를 표방하면서도 되려 무대 연출을 위해 100년 된 나무들을 베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높은 미세먼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즘이다.

 

묵묵히 나무를 심던 제2의, 제3의 엘제아르 부피에가 절실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형편이 아닌가 싶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환경을 위해 작더라도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삶을 모두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오랜 시간 그가 걸어온 삶을 지켜봤던 이야기 속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엘제아르 부피에, 그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신에게나 어울릴 이런 일을 훌륭하게 해낸 배운 것 없는 늙은 농부에게 크나큰 존경을 품게 된다.’라고. 덧붙여 그가 ‘1947년 바농 요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는 소식도 전한다. 과연 그 놀라운 삶을 살다간 이의 죽음에는 고요와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애쓰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공기마저도 달라져 있었다. 옛날의 메마르고 거친 바람 대신에 향긋한 냄새를 실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물 흐르는 소리 같은 것이 저 높은 언덕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숲 속에서 부는 바람소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못 속으로 흘러드는 진짜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만들어진 샘에 물이 넘쳐 흐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그 샘 곁에 이미 네 살쯤 되어 보이는 보리수가 심어져 있는 것이었다. 벌써 잎이 무성하게 자란 이 나무는 분명히 부활의 한 상징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 p.62

 

 

 

 

 

나무를 심은 사람 - 8점
장 지오노 지음, 최수연 그림, 김경온 옮김/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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