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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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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금각을 불태워야 한다"

 

 

 

금각을 불태워야 한다고 줄곧 외는 미조구치(주인공 '나'). 결국 불을 지르고 불구덩이 금각에서 운명을 함께할 결심을 하나, 견고하게 잠긴 자물쇠 탓에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이에 자신이 거부당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그대로 몸을 돌려 불길 속을 빠져나온다. 이후 정신없이 내달려 다다른 뒷산에서 단도와 수면제를 물가에 던져버리고 담배를 피우며 "살아야지" 마음을 다잡는데.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는 1950년 7월 2일, 히야시 쇼켄에 의해 발생한 금각사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실제 사건에 미시마의 치밀한 구성력이 더해져 그의 대표작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완성도 높은 소설로도 알려져 있다. 작품 해설을 참고해 덧붙이자면, 미시마가 실제 방화 사건 안에서도 범인이 말더듬이였다는 점과 범행 동기 중에 '미에 대한 질투'라고 밝힌 진술에 무게를 두어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그런 만큼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두면서 금각을 향한 미조구치의 심리 변화, 나아가 한 인간의 미에 대한 집착과 탐닉, 증오에 주목하면서 읽어보았다.

개인적으로는 『금각사』를 읽으며 눈여겨본 부분이 있었는데, 소설 속 미조구치라는 인물을 구현해 내는데 실제 방화범이었던 히야시 쇼켄 뿐 아니라 미시마 본인의 자아를 상당 부분 투영시켰다는 점이다. 미시마는 어린 시절 내성적 성격과 허약한 체력 탓에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이유로 "(…) 나는 날 때부터 어두운 마음을 지니고 태어났다. 내 마음은, 환하게 밝은 세계를 전혀 몰랐던 듯이 여겨진다."(p.224)라고 적고 있는 쓰루카와의 편지 대목을 읽으며, 그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니었음을 직감하는 미조구치를 보면서 어쩌면 이들 인물에게 빗댄 지난 시절의 미시마 자신의 고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어찌 됐든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미조구치도, 미시마 자신도 그런 어두웠던 세계에서 안주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미조구치의 금각에 대한 고뇌는 결국 새로운 삶을 모색하기 위한 성장의 한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말이다. 이는 앞서 말한 적 있는 작가 자신의 허약했던 육체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육체미 단련에 몰두했던 시기와 맞물려 한층 단단해질 미시마 자신의 앞날을 피력한 작품으로 볼 수도 있으리라. 그러므로 어둠의 그림자로부터 필사적인 몸부림 끝에 벗어난, '살아있음'이라는 승리에의 쟁취. 그것은 『금각사』 속 미조구치에게도, 그것을 탄생시킨 작가 미시마 유키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어떠한 것이든, 종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용서할 수 있게 된다. 그 종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눈을 내 것으로 만들고, 또한 그 종말을 부여하는 결단이 내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자유의 근거였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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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각사(金閣寺) - 일본 교토[京都] 기타야마[北山]에 있는 사찰.

 

원래 명칭은 로쿠온지[鹿苑寺(녹원사)]이지만, 금박을 입힌 3층 누각의 사리전(舍利殿)이 긴카쿠[金閣]라는 명칭으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어 흔히 긴카쿠지[金閣寺]라고 불리게 되었다. 본래 무로마치막부[室町幕府] 시대의 장군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義滿]가 1397년에 지은 별장이었으나, 그가 죽은 뒤 유언에 따라 로쿠온지라는 선종(禪宗) 사찰로 바뀌게 되었다.

무로마치시대 전기의 기타야마문화[北山文化]를 상징하는 3층 건물로서 각층마다 건축양식의 시대가 다르다. 1층은 후지와라기, 2층은 가마쿠라기, 3층은 중국 당나라 양식으로 각 시대의 양식을 독창적으로 절충하였다. 1층은 침전과 거실로 쓰이고, 2층에는 관세음보살을 모셔두었으며, 3층은 선종 불전이다. 이 가운데 2층과 3층은 옻칠을 한 위에 금박을 입혔다.

1950년 한 사미승에 의하여 불에 타 없어졌으며, 지금의 건물은 1955년에 재건한 것이다. 금박은 1962년에 이어 1987년에 다시 입혀졌으며, 이후 매년 교토 시민들의 세금으로 보수된다. 긴카쿠지가 일본 내에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이를 소재로 하여 1956년에 쓴 장편소설 《금각사(金閣寺)》때문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킨카쿠지 [金閣寺(금각사)] (두산백과)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읽으며, 수년 전 다녀왔던 금각사(金閣寺)를 떠올려 봤다. 초겨울 무렵의 화창한 날로 기억한다. 햇빛에 반사돼 한층 휘황찬란해진 금각을 바라보다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을 느끼며 찔끔 눈을 감았던 기억이 스친다. 그러고는 이내 그날의 나는 금각 앞에서 무엇을 보았던가, 자연스레 생각이 이어졌다. 그러나 구태여 찾아간 금각에서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저 눈이 부실만큼 번쩍이는 그것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방문 목적을 달성한 양 오직 다음 장소를 향하는 길만을 되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지금으로서는 새삼 그날에 대한 아쉬움인지 미련인지…, 『금각사』를 읽고 찾았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줄곧 미조구치가 금각을 대하던 그 '미에 대한 집착과 탐닉'의 마음을 반에 반만이라도 과연 이해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나 그 답은 금각을 재회할 날에나 알 수 있겠지.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날엔 새로운 눈으로 금각을 살필 것이고, 이곳에서 골몰하며 서성댔을 미조구치와 『금각사』를 쓴 미시마를 떠올리게 되리라.

 

 

 

 

 

금각사 - 10점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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