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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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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사랑 혹은 광기. 에로티시즘 혹은 포르노그래피
환희와 절망이 빚어낸 숨막히는 언어유희

 

 

 

책을 읽다보면 무의식 중에 이상한 고정관념에 빠져 골몰하는 오류를 범할 때가 있다. 책은 어떤 내용이든 간에 결국엔 마음에 새길 한 줄의 교훈은 있어야 한다 던가, 작가와 소설 속 등장인물을 연관 지어 생각하려는 경향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교훈을 목적으로 한 책도 존재하고,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책도 존재하기에 모든 독서에서 경계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반대의 경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기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소설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이지 않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에게 소설이란 심미적 희열을, 다시 말해서 예술(호기심, 감수성, 인정미, 황활감 등)을 기준으로 삼는 특별한 심리상태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에만 존재 의미가 있다.    - 작가의 말,  p.506

 

 

 

나보코프는 '작가의 말'에서 '『롤리타』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니다'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이를 경계하고 있다. 그렇기에 선정적 내용 자체를 화두로 삼는 것은 작가의 의도에 반하는 읽기가 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소설이 작가의 상상력을 기본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임을 상기시켜 볼 때, 하나의 창작품으로서 독립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작가 또한 『롤리타』의 존재 의미를 거기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어린 님펫을 향한 사랑과 그로 인한 파멸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제외하고, 이 소설에서 단연 눈에 띄는 점은 시적인 문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곳곳에 산재해 있는 상징과 비유를 통한 언어유희와 반어적 표현이 더해져 『롤리타』의 예술성을 부각시킨다는 데에 있다. 덕분에 적지 않은 양의 주석을 챙겨야만 하는 일과 다시 한번 읽어봐야만 할 것 같은 숙제를 부여받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으나, 그러함을 감안해서라도 『롤리타』는 독서 리스트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한 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들소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떠올린다.

너와 내가 함께 불멸을 누리는 길은 이것뿐이구나, 나의 롤리타.

 

 

 

 

 

롤리타 (무선) - 10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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