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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진이, 지니 | 정유정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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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생의 가장 치열했던 사흘
눈부시게 다시 시작되는 삶의 이야기

 

 

 

진이의 마지막 출근과 그로부터의 3일간의 시간은 어떻게 기억되어야 할까. 불현듯 닥쳐온 불운한 사고가 그녀의 삶을 막다른 곳으로 향하게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 안에서 그녀가 온몸으로 보여준 삶을 향한 태도는 단연 눈부시다. 그 진면목은 최후의 순간에도 자신에 앞서 지니의 앞날을 진심으로 염려하며 남긴 당부를 통해 드러난다. 자신을 도왔던 김민주에게 남긴 편지 역시 빠뜨릴 수 없다.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쓴 추신 - 나와 지니는 오래오래 너를 기억할 거야. 네 형편없는 노래도. (p.361) – 의 두 줄 문장은 모르긴 몰라도 김민주의 마음속에서 영영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왐바로 떠난 지니 역시도 다르지 않으리라.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어쩌면, ‘삶은 살아 있는 자의 것이며, 살아 있는 동안 전력으로 살아야 한다고. 살아 있는 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p.293)’ 했던 생전 엄마의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또 맺어지는 듯도 하다.

 

책을 덮고서도 한동안 마음 한 켠에서 떠나지 못한 장면이 있다. 생일 선물로 민주가 건넨 파인애플 맛 사탕을 입에 물고 그와 나란히 앉아 호수를 바라보던 순간이다. 그녀는 ‘느릿느릿 단 맛을 삼켰다. 막대만 남을 때까지 오래오래 물고 있었다. 그러면 시간도 느릿느릿 갈까 해서, 이 순간이 오래오래 지속될까 해서.(p.349)’라고 생각했었다. 자신의 삶을 지켜내고 싶은 간절한 속내가 더없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심적으로 어찌나 안타깝고도 아프던지, 또 그 광경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삶의 종착지에 다다랐음을 직감하면서도 어떻게든 놓고 싶지 않은 생의 한 가닥 희망을 향한 그녀의 절절한 마음이 나에게도 선연하게 전해온다. 지니를 바라보던 진이의 따뜻한 눈동자 안에서 나 역시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녀는 내게 삶이 죽음의 반대말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삶은 유예된 죽음이라는 진실을 일깨웠다. 내게 허락된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영원의 시간이 온다는 걸 가르쳤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나는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삶을 가진 자에게 내려진 운명의 명령이었다.    - p.367

 

 

 

 

 

진이, 지니 - 6점
정유정 지음/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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