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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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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우주 가장자리에서 일어나 모두가 기억하게 된,
외계인 경민과 지구인 한아의 아주 희귀한 종류의 사랑 이야기!

 

지구인 한아와 외계인 경민의 사랑 이야기는 현실 감각을 놓지 않으면서도 비현실의 판타지가 더해져 한층 독특하게 다가온다.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옷을 리폼하는 수선집 ‘환생’을 운영하는 한아에게는 스무 살 때부터 11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남자 친구 경민이 있다. 그는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그녀와 달리 어디로든 내키는 대로 훌쩍 떠나곤 해서 늘 한아를 기다리게 하곤 한다. 그러던 중 경민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캐나다에 유성우를 보러 간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이후 여행에서 돌아온 경민에게서 이전과는 다른 낯선 모습들이 한아에 의해 포착되는 데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랜 시간 만남을 지속해 왔기에 모든 것을 안다고 여겼던 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낯섦, 그로 인한 의심과 오해가 서로에게 진정한 단 한 사람으로 거듭나기 까지, 그 안에서 나는 이전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랑의 한 유형을 만난 듯도 하다. 사랑의 감정으로 엮인 남녀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결국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 간극을 좁혀 가고자 하는 피차의 노력, 그것의 의지 여부에 달린 일이라고 줄곧 생각해 왔다. 정세랑의 장편소설 『지구에서 한아뿐』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모든 사랑들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이 우주를 한층 반짝이게 하는 특별하고도 귀한 존재들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 안에서 한동안 ‘환생’이란 이름의 작은 수선집, 그곳에서 옷을 리폼하며 이따금 자주, 매일같이 경민을 떠올렸을 한아를 머릿속으로 여러 번 그려도 보았다.

어쩐지 우주의 모든 사랑들이 운명인 것만 같다.

 

한아는 경민에게 온 체중을 실어 안겼다. 경민의 오래된 스웨터에서 먼지 냄새, 바람 냄새, 시간 냄새가 났다. 한아는 그 순간의 두 사람이 얼마나 완벽하게 꼭 들어맞는가를 가만 느끼고 있었다. 우주가 그들을 디자인했다. 재단하고 완벽한 스티치로 기웠다. 한아는 그 솜씨를 죽었다 깨도 못 따라 하리라는, 기이한 감탄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매듭 이후, 끊임없이 이어질 달콤한 하루의 첫날. 셀 수 없을 키스 중의 첫 키스였다. 흔하지 않지만 어떤 사랑은 항상성을 가지고, 요동치지 않고, 요철도 없이 랄랄라 하고 계속되기도 한다. 우주 가장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러브 스토리의 시작이면서, 끝이었다.    - p.216, 217

 

 

 

지구에서 한아뿐 - 6점
정세랑 지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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