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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1

케이크와 맥주 | 서머싯 몸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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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실존 인물, 문단의 내막 적나라하게 묘사해 
세간에 파장을 일으킨 풍자 소설

성공과 창작의 곡예에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케이크와 맥주에 부합하는 삶을 살았던 로지. 세간 사람들은 그녀의 부도덕함을 수군댔지만, 정작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저 자신이 관심 있고 흥미 있는 것을 향해 나아갔을 뿐.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철없는 여인이라고 해두기에도 마땅치 않다. 그녀가 내뱉은 말에 담긴 가치관이 확고한 까닭이다. 그녀는 자신이 추구하는 방식대로 삶을 충실하게 이끌어 간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다른 남자에게 고가의 선물을 받아온 로지에게 어셴든은 분개하며 따지려 들지만, 그녀는 ‘우아하고 상냥하게’ 대응한다. “아이 참, 왜 다른 사람들 일로 속을 썩고 그래? 그게 너한테 해될 게 뭐가 있다고? 내가 재밌게 놀아 주잖아! 나랑 있으면 행복하지 않아?” 아주 행복하다는 어셴든의 대답에 이렇게도 덧붙인다. “그럼 된 거야. 안달하고 질투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 안 돼? 기회가 있을 때 인생을 즐겨야지. 어차피 100년 후엔 우리 모두 죽을 텐데 뭐가 그리 심각해? 할 수 있을 때 우리 좋은 시간 보내자.”(p.224)   

훗날 에드워드 드리필드를 회상하는 드리필드 부인과 로이와의 대화 안에서 어셴든은 한숨을 삼키며 생각한다. 영원불멸한 지성이 보기에는 하찮은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가는 처지에 온갖 고통에 시달리며 아등바등하는 인간이 그저 농담처럼 느껴질 수도 있(p.276)으리 라고. 어쩌면 그것이 일찌감치 로지가 추구한 삶의 가치를 존중해 온, 나아가 그녀만의 매력에 매료된 그이기에 가능한 자조의 목소리였으리라.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쾌락을 일 순위에 두는 것에 주저하곤 한다. 도덕적 가치를 앞세우는 사회일수록 한때의 즐거움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일이란 때로는 어리석어 보이기까지도 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도 쾌락의 가치를 경시하고 평가절하한다면 그것이 외려 위선적이지 않을까. 빅토리아 시대를 넘어 오늘의 나에게도 로지라는 여성이 던져주는 삶을 향한 태도에 담긴 메시지가 가볍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작가의 삶이란 가시밭길이다. 우선 가난과 세상의 냉대를 견뎌야 한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나서는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변덕스러운 대중에 휘둘린다. 작가를 흔드는 인간들은 수두룩하다. …그리고 작가 본인의 양심. 하지만 작가는 한 가지 보상을 얻는다. 뭔가 마음에 맺힌 것이 있다면 괴로운 기억, 친구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슬픔, 짝사랑, 상처받은 자존심, 배은망덕한 인간에 대한 분노, 어떤 감정이든, 어떤 번뇌든 그저 글로 풀어 버리기만 하면 된다. 그걸 소설의 주제로, 수필의 소재로 활용하면 모든 걸 잊을 수 있다. 작가는 유일한 자유인이다.    - p.294, 295

 

 

 

 

 

케이크와 맥주 - 10점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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