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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1

마음의 심연 | 프랑수아즈 사강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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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프랑수아즈 사강의 미발표 유작

 

 

 

대저택 라 크레소나드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프랑수아즈 사강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신랄한 문체 안에서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모든 인간사가 그러하듯, 그들 각자에게는 저마다의 사정과 고충이 있고 자신이 소유한 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안간힘이 존재하며 그들 사이에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엄연한 이해관계가 자리한다. 그와 같은 보편적 요소들은 사강이 포착하고 그려낸 유려한 심리 묘사 안에서 한층 돋보임으로써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나 그들이 겪는 혼란과 권태, 환멸은 냉소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이따금 우리 자신의 삶에서 마주하는 어떤 난관의 발로이기도 한 까닭에 그와 같은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사랑으로 감싸는 일이란 더없이 아름다운 일이면서도,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간단하고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안타까운 진실을 마주하게도 한다. 외려 가까운 관계일수록 쉬이 어긋나기 십상이지 않은가. 자기 마음의 심연에 가닿는 일과 누군가의 마음 깊숙이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만이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관계, 나아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행방을 가를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음을 사강은 맺지 못한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군중이든 대중이든 사회든 간에 대상에 대한 짐작이 애매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그것을 믿는 경향이 있다. 어떤 예측이 평소 인상이나 환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그것을 믿는 마음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눈부신 태양 아래서의 입맞춤은 장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둠 속에서 속삭인 세 마디 말은 그렇지 않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사람들이 은밀한 기쁨을 느낄 때는 어떤 장면을 실제로 볼 때가 아니라 상상할 때다. 실제 삶에서 사람들은 어떤 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거나 이해하게 되는 것보다는 뜻밖에 목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 p.251

 

 

 

 

 

마음의 심연 - 6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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