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22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새해가 밝아오기 직전, 세 노인은 호텔방에서 엽총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 일로 남겨진 가족들과 지인들은 뒤처리를 위해 서로를 마주한다. 장례를 마친 뒤에는 어찌하여 그런 선택을 했는지, 여전히 혼란한 가운데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떠나간 이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데. 할아버지를 잃은 손녀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 사람의 관계를 좇아 공원묘지에서 인사한 것이 전부인 사람에게 메일을 보냄으로써, 아버지를 잃은 딸은 황망함에 경황없이 장례를 치르고서야 애써 준 상대에게 감사를 표하러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러나 떠난 이의 마음에 온전히 가닿을 수 없음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렇게 애쓰는 일을 통하여 먼저 간 이를 진심으로 애도하는 동시에 자신 앞에 놓인 나날을 묵묵히 살아가야 함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리라.

소설의 마지막, 세 노인은 각기 자신들의 방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책을 덮으며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이 생에서 더는 바랄 것이 없는 그들의 초연한 뒷모습을 말이다. 그러고는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는 책 제목을 곱씹어 보았다. 젊은 날의 인연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까지 이어졌지만 결국은 각자의 선택이었고 그 길의 끝은 오직 스스로만이 결정지어야 함에 대하여, 우리가 걷는 인생길이란 결국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는 유한한 길임에 대하여 말이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미도리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쓸쓸했지만, 그렇게 생각해야 비로소 용납되는 일이 있고 미도리는 그것을 아버지의 죽음으로 통감했다.    - p.250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 6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주)태일소담출판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