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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3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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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오랫동안 나는 슬픔에 대해 생각해왔다

 

 

 

사랑을 생각한다.

만남과 이별 사이, 삶의 희열이 충만했던 그 여름을 생각한다.

머지않아 폭풍이 밀려오고 장대비가 쏟아졌던 그 여름을 생각한다.

그 계절, 한복판의 나를 생각한다.

 

 

 

그 여름의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p.117 「그 여름의 끝」

 

 

 

 

 

그 여름의 끝 - 8점
이성복 지음/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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