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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3

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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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베트남에서의 가난한 어린 시절과
중국인 남자와의 광기 서린 사랑

그 아련한 이미지들을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로 되살려 낸 자전적 소설

 

 

 

무더위만큼이나 뜨거운 욕망에 사로잡혔던 프랑스인 소녀와 중국인 남자의 사랑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관능적 문장 안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일찍이 소녀는 남성용 모자를 쓴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확인하며 퍽 마음에 들어 하는 한편 어딘가 달라진 스스로의 일면을 알아챈다. 그러고는 이내 예감한다. “밖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내맡기고, 모든 시선에 자신을 드러내고, 도시와 도시를, 길과 길을 싸돌아다니며 자신을 굴리는, 욕망에 자신을 맡기는 여자”(p.20)가 되리라는 것을. 이후 소녀는 메콩 강을 건너 기숙학교로 돌아가기 위한 나룻배에서 리무진을 탄 중국인 남자를 만난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에 미래는 없었다. 부유하지만 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는 남자와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 소녀 사이에는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빠져나가야 할 서로의 이해와 욕망만이 있었을 뿐. 그러나 헤어지고 후일, 중국인 남자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닌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와 사랑을 말한다. “결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그녀만을 사랑할 거라고.”(p.137) 그렇다면 남자에게 이 어린 소녀는 진정한 사랑의 대상이었던 걸까. 그녀의 어머니가 일생을 통해 보여준 “어떤 일에서도 끝까지 버텨 내는 기질”(p.114)이 다만 그에게는 없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소녀 역시 가족에 대한 혐오와 절망적 환경이 몰고 간 광적인 욕망에 가려졌을 뿐, 그 또한 남자를 향한 어떤 종류의 사랑이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 되었던 1929년 식민지 베트남에서 백인 소녀와 중국인 남자는 서로를 갈망하던 연인 사이였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The Lover(1992) 스틸컷]

 

 

막연히 나는 죽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죽음. 이 단어는 벌써 나의 삶과는 분리되지 않는 말이다. 막연히 혼자 있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리고 막연하게 내가 나의 어린 시절을, 그 ‘사냥꾼의 가족’을 떠난 이후론 한 번도 홀로 있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책을 쓸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이 순간 너머로, 끝없는 사막에서 보는 것이다. 그것은 나머지 나의 생의 범위가 보여 주는 것과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떠오른다.    - p.122, 123

 

 

 

 

 

연인 - 10점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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