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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3

개인적 체험 | 오에 겐자부로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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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출구 없는 현실에 놓인 현대인에게
재생의 희망은 있는지 물음을 던지는 수작(秀作)

 

 

 

정녕 희망은 있는 걸까. 버드는 절망의 순간 희망을 물었다. “그런, 뇌 헤르니아의 갓난아기가 정상적으로 자랄 희망이 있는 건가요?”(p.38) 실은 스스로 이미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하여 섣불리 장담해 줄 수 없으리란 것을. 그럼에도 그 순간 그는 희망을 물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나는 그 지점에서 이 개인적 체험이 한 존재에게만 한정된 고통이 아닌 삶 속에서 저마다 어떤 식으로든 마주하기 마련인, 그리하여 — 확실한 절망 아닌 — 불확실한 희망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공동의 체험으로 확장됨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비로소 그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아기를 살리고자 하는 대목에서, 나아가 희망에 앞서 인내를 각오하는 마지막에 이르러 안도했다. 엄연한 현실을 마주하려는 하는 한 인간의 눈부신 의지를 확인했으므로.

 

 

느닷없이 버드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폴리네르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고, 라는 이미지가 버드의 감정을 단번에 단순화하여 방향을 지워 준 것이다. 버드는 센티멘털로 질척질척해진 자신이 허용되고 정당화되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눈물에서 단맛조차 발견했다. 내 아들은 아폴리네르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고 찾아왔다. 내가 모르는 어둡고 고독한 전장에서 부상당하여. 나는 아들을 전사자처럼 매장해야만 한다. 버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 p.48

 

 

 

 

 

개인적인 체험 - 10점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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