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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3

슬픔을 아는 사람 | 유진목 |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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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유진목의 작은 여행

 

 

 

“여행자가 되어 분노를 잠재워볼 심산이었다”(p.207)는 저자는 “하필 하노이였던 것은 그곳의 모든 음식이 맛있기 때문이”(p.207)라고도 덧붙였다. 그 세 번의 여행을 통한 에세이 『슬픔을 아는 사람』은 저자가 혼자서 낯선 곳으로 떠나 심신을 달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조용하고도 격렬한 사투를 벌이고 있던 나날의 기록이다. 그런 까닭에 설렘과 즐거움 일색인 기존의 여행 에세이와는 아주 다른 결의 글들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러나 여행이란 모름지기 지친 일상을 잠시 세워 두고 삶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함을 떠올려 봤을 때, 어쩌면 이 편이 보다 현실적인 여행의 감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슬픔의 미덕을 아는 사람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여행이랄까. 저자는 여행 내내 함께한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그리고 그 결과물인 이 글들을 통하여 알려주고 있는 것도 같다. 자기 자신에 대한 안부를 묻기 위하여 떠나야 한다는 일에 대해서 말이다.

 

 

 

슬픔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슬픔은 충만한 사랑을 알아 본다. 사랑을 먹고 자란 슬픔은 이내 충만해진다.

나는 슬픔이 없는 사람을 경멸한다. 아니, 슬픔을 모르는 사람을 경멸한다. 슬픔을 모르는 사람은 매사에 무례하다. 슬픔을 모르기 때문이다. 슬픔을 모르는 사람은 매사에 자신이 옳다. 슬픔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픔은 중요하다. 슬픔이 있는 사람은 무례하지 않다. 슬픔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틀림을 가늠해본다. 슬픔이 있는 사람은 모든 말을 내뱉지 않는다. 슬픔이 있는 사람은 적절히 타인과 거리를 둔다. 슬픔이 있는 사람은 타인을 해하지 않는다. 슬픔이 있는 사람은 매사에 조심한다. 슬픔이 있는 사람은 공감할 줄 안다. 그래서 슬픔이 있는 사람은 조용히 타인을 위로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슬픔을 품고 살아간다. 슬픔은 없애버려야 할 것이 아니다. 상처는 낫고 슬픔은 머문다. 우리는 우리에게 머물기로 한 슬픔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슬픔은 삶을 신중하게 한다. 그것이 슬픔의 미덕이다.    - p.91, 92

 

 

 

 

 

슬픔을 아는 사람 - 8점
유진목 지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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