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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스물다섯 차례의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광기 어린 천재,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의 삶을 그리고 있다. 최고의 향수를 만들겠다는 일념이 빚어낸 그의 녹록지 않은 삶의 여정이 굉장히 속도감 있게 전개가 되고 있어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든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무엇보다 결말이 꽤 인상적이다. 그루누이가 자신이 만든 향수를 온몸에 뿌리자, 부랑자들이 몰려들어 그의 육신을 없앤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면서도, 삶에 대한 인간 존재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결말인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 받고 싶어 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 특히나 혐오하는 대상에 조차 인정 받고자 하는 우리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애처로움마저 느껴지는 건 비단 나뿐인지.
이 향수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향수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것인지 아는 사람도 없다. 사람들은 단지 그 효과에 굴복할 뿐이니까.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자신들을 매혹시키는 것이 향수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 향수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사람은 그것을 만들어 낸 나 자신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향수의 마법에 걸리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 아닌가. 이 향수는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 - p.274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열린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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