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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치가 되던 그 시절, 구슬 같던 첫사랑 이야기
『친절한 복희씨』라는 소설집을 보면, 「그 남자네 집」이라는 제목의 단편이 있다. 이미 박완서 작가의 장편 『그 남자네 집』을 읽었던 터라 읽으면서도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알고 보니 단편 「그 남자네 집」은 2002년 여름호『문학과 사회』에서 처음 발표했던 단편이고, 2년 뒤에 이를 기반으로 살을 붙인 동명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리고 2007년 출간한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 에는 단편 「그 남자네 집」이 수록된 것이고.
『그 남자네 집』은 주인공이 사는 동네로 그 남자네가 이사 오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다. 말하자면, 주인공과 그 남자는 서로의 첫사랑인 셈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단순히 첫사랑을 그린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너무 많고 그 무게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은 1950년대 전후라는 특수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까닭이다. 첫사랑 현보와의 애틋한 추억, 결혼 후 시집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앞서 말한 피폐한 시대의 한복판에서 겪어냈던 고통의 시간들까지도 포함하는 젊은 여인의 삶을 다루었기에. 그런 까닭에 힘든 세상살이 안에서도 꿋꿋이 살아간 그녀의 삶을 향한 의욕, 그 강인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현실성 충만함에 한층 더 마음이 아릿하기도.
만일 그 시절에 그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인생은 뭐가 되었을까. - p.72
우리의 포옹은 내가 꿈꾸던 포옹하고도 욕망하던 포옹하고도 달랐다. 우리의포옹은 물처럼 담담하고 완벽했다. 우리의 결별은 그것으로 족했다. - p. 291
그 남자네 집 - 박완서 지음/세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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