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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4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 허지웅 | 아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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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개포동의 김갑수씨는 괴물이었을까요
갑수씨가 끊임없는 연애를 통해 증명하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요

 

 

 

이 도시 어딘가에서 오늘도 한숨 쉬며 떠나간 연인을 고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잊고 있을 김갑수씨를 상상해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확실히 타인의 망한 연애담이나 그로 인해 파생되는 찌질한 후일담은 그 정도가 지나치면 지나칠수록 흥미롭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하지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떠오르는 유사 경험이 오버랩돼 마냥 박장대소할 수 없었던 건 나 뿐만은 아니지 않을까. 뭐, 그런 잡다한 생각을 간간히 하며, 나의 사정일 수도 있지만 당신의 사정일 수도 있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김갑수씨의 사정인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김갑수씨를 통해 작가이자 글 속의 화자 허지웅이 말하는 모순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과 그것마저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종종 시간을 돌려 이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그 악행과 저열한 일들을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모든 인간은 모순된 존재입니다. 모순된 삶을 살지 않았다고 자부하거나 치부되는 사람들은 위선자입니다. (…) 세계의 성분이란 대개의 거짓말과 간헐적인 선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순은 필연적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벌어진 모순의 총량으로도 우리 인생은 이미 충분히 버겁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그 모순들을 다시 한번 반복하고 싶으신 겁니까.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순을 타파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삶의 체계 안에 포섭하는 일입니다.    - p.162, 163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 6점
허지웅 지음/아우름(Au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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