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587)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열린책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스물다섯 차례의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광기 어린 천재,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의 삶을 그리고 있다. 최고의 향수를 만들겠다는 일념이 빚어낸 그의 녹록지 않은 삶의 여정이 굉장히 속도감 있게 전개가 되고 있어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든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무엇보다 결말이 꽤 인상적이다. 그루누이가 자신이 만든 향수를 온몸에 뿌리자, 부랑자들이 몰려들어 그의 육신을 없앤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면서도, 삶에 대한 인간 존재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결말인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 받고 싶어 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 특히나 혐오하는 대상에 조차 인정 받고자 하는 우리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애처로움마저 느껴지는 건 비단 나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미치 앨봄 | 살림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 평온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일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땐,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해지면서 눈에 눈물이 고이고…. 모리 교수가 남긴 소중한 이야기를 가슴 한 켠에 담아두기로 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 그의 이름, 모리 슈워츠(Morrie Schwartz). "내가 이 병을 앓으며 배운 가장 큰 것을 말해 줄까? 사랑을 나눠 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 p.75 "인생은 밀고 당김의 연속이네. 자넨 이것이 되고 싶지만 다른 것을 해야만 하지. 이런 것이 자네 마음을 상하게 하지만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자넨 너무나 잘 알아...
입 속의 검은 잎 | 기형도 | 문학과지성사 詩作 메모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고 쩡쩡 얼었던 사나운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 다른 세상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 것임을 나는 믿는다. 그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1988.11) 비관이 난무하다 그것은 시대의 우울함이자, 상처 받은 청춘의 우울함이다 그럼에도 그는, 우울한 현실 속에서 망설이기보다 차라리 단호했다 그 단호함 뒤에 감춰진 슬픔과 고통을 감지하게 돼버린 순간, 심히 동요할 수밖에.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
KBS 명작 스캔들 | 민승식(기획)·한지원(글) | 페이퍼스토리 도도한 명작의 아주 발칙하고 은밀한 이야기 KBS에서 작년 상반기까지 방영되었던 교양 프로그램 을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다. 꼬박꼬박 챙겨봤던 건 아니었지만, 간간이 지나가면서 흥미로운 작품을 소재로 할 때는 꽤나 몰두해서 보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나는 몇몇을 꼽아보면 쇠라의 나, 벨라스케스의 , 그리고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는 드가의 이야기 정도가 머리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책으로도 발간된 걸 최근에야 알고, 틈틈이 한 작품씩 읽어봤다. 그중 하나, 일상의 절묘한 순간을 포착하여 예술로 승화시킨, 일명 '결정적 순간'으로 대표되는 앙드레 카르티에-브레송. 대표작인 는 그야말로 결정적 순간을 담고 있다. 생 라자르 역 뒤편에서 물이 고인 웅덩이를 뛰어 넘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은 담벼락에 ..
이성예찬 | 마이클 린치 | 진성북스 마이클 린치 교수의 명강의 살다 보면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을 때가 이따금 있다. 그때마다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어떤 선택이 현명한 건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불안했던 경우 역시 있다. 그래서 이런 순간과 마주할 때마다 뭔가 내 안에서 이성과 감성에 대한 확고한 생각의 틀이나 기준 같은 것이 정립된다면 좀 더 수월하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마침 코네티컷대학교 철학 교수이자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린치의 기사를 접하게 됐다. 그 안에서 "이성과 감성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 안에 공존하는 것이에요. 감성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이라면 이성은 우리에게 길을 제시하는 지도 역할을 하는 것이죠."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는데, 나도 모..
도르와 함께한 인생여행 | 미치 앨봄 | 21세기북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깨닫는 삶의 가치와 시간의 소중함! 자살을 시도하는 여고생, 세라 레몬과 암 선고를 받았으나 영원한 삶을 바라는 백만장자, 빅토르 들라몽트 그리고 도르가 함께하는 인생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신이 사람의 수명을 정해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죠?"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도록. - p.295 인류 최초로 시계를 고안한 도르는 그 죄로 오랜시간 동굴에 갇힌다. 그러던 어느 날 지상에 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시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도록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이로써 도르는 그들을 통해 자신 또한 갱생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데. # 01. 삶의 가치 지난 수요일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할머니를 보내 드리면서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삶의 마지막 순간, 인간은 무엇을 생각할까. ..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 요시노 마리코 | 북로드 "추억을 맡아드립니다." 아이들의 추억에 값을 매겨 돈을 주는 신비한 '추억 전당포'. 스무 살이 넘기 전 그 돈을 갚으면 추억은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스무 살 이후에는 전당포는 더이상 찾을 수 없는 미지의 장소가 돼 버린다. 자연히 기억에서도 사라지게 되고. 아이들은 전당포를 드나들며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상처를 보듬으면서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추억의 소중함도 알아가게 되는데. 꽤 선명하게 저장돼 있다고 자부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에서 균열을 발견하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새삼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에 번쩍 눈이 뜨이기도 한다.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를 읽으면서,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추억 전당포가 진짜 있다면 ..
동물농장 | 조지 오웰 | 열린책들 전체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은 조지 오웰의 걸작 우화 소설 『동물농장』은 1917년 러시아 혁명에서부터 1943년 테헤란 회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러시아 역사에 걸친 정치 문제를 수법을 이용해 다룬 우화이다. 그리고 모든 동물들은 이 역사에 실제로 등장하는 인물이나 전형적인 인간형을 반영한다. 이를 테면, 메이지 영감은 마르크스, 나폴레옹은 스탈린, 스노볼은 트로츠키를 가리킨다. 동물농장을 통해 조지 오웰이 하고 싶었던 메시지, 그러니까 소련의 공산주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당시로서 불가능했던 탓에 동물들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비유적 수법을 통해 러시아 혁명의 실패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에 주목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나폴레옹이 이끄는 동물농장에 초대된 이웃 농장주 대표단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