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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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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 걸 | 무라카미 하루키(글)∙카트 멘시크(그림) |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X 카트 멘시크 아트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나는 매혹적인 단편! 스무 번째 생일날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소녀. 평범한 하루를 보내리라는 예상과 달리 매니저의 병원 행으로 사장이 머무는 방으로 식사 서빙을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일 선물로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데. 새삼 매년 찾아오는 생일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해마다 무언가를 기념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히 기억해야 마땅하다는 의미일 것이고, 그중의 하나가 바로 태어난 날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성대한 축하를 받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평소와 다름없는 조용한 일상을 보내기도 할 것이다. 물론 『버스데이 걸』의 소녀처럼 의외의 누군가로부터 예상치 못한 축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마음속에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해, 우리는 둘만의 비밀 도시를 만들었다 아주 오래전 소년은 소녀를 만났고 함께 도서관에서 일하며 높은 벽에 둘러싸인 세계를 공유한다. 그러나 이 모든 건 한낱 꿈에 불과했던 걸까. 지금 속해 있는 현실 속에서 소년은 어느덧 중년이 되었고, 또렷하게 설명할 수 없는 — 그러나 도서관 꿈만은 선명하게 꾸는 — 어떤 이끌림에 의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도쿄를 떠나 깊은 산간지방의 도서관으로 일자리를 옮긴다. 거기서 전임 도서관장이었던 고야스씨와 은밀한 만남을 이어가며 오랜 시간 자신을 사로잡았던 꿈, 또다른 세계의 현실이기도 했던 벽에 둘러싸인 도시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그 안에서 자연스레 내 안의 세계를 떠올려본다. 저마다 사람들은 발 딛고 있는 세계와는 별개로 ..
猫を棄てる(고양이를 버리다) | 村上春樹 | 文藝春秋 세월에 잊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세월에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 있다 어릴 적, 아버지와 자전거를 타고 고양이를 버리러 고로엔 해변에 나갔던 일화를 떠올리며, 자연스레 아버지가 걸었던 삶에 대하여 되짚어본다. 1917년 교토의 한 절집에서 태어나 교사 생활을 했던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 그는 스무 살의 나이에 학업 도중 첫 징병되었고, 이후 돌아와 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다시 병역에 임했다고 한다. 그때의 참혹했던 기억들은 평생에 걸쳐 그의 마음 안에서 무거운 짐으로 자리하게 되었고, 그것은 매일 아침이면 적지 않은 시간을 불단 앞에서 두 손 모으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어린 하루키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더욱이 아버지에게서 어렴풋하게 전해 들은 전쟁의 단편적 기억, 그 안에서도 일본군에 의해 잔인한 학살이 자행..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가장 개인적인, 가장 보편적인 기억과 기록의 주인공 '나'라는 소우주를 탐색하는 여덟 갈래의 이야기 “기억이란 때때로 내게 가장 귀중한 감정적 자산 중 하나가 되었고, 살아가기 위한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 p.79 「위드 더 비틀스(With the Beatles)」 중에서 ‘나’는 자신만의 어떤 기억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한참 뒤에 그날의 일을 돌이켜 보는 순간, 당시와는 조금 다른 결로 그때의 기억이 다가옴을 느낀다. 그것은 변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세월의 흐름 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고 그 안에서 차츰 다듬어진 내면의 변화에서 그 연유를 찾아야 하리라. 그렇기에 그 흐름에 위화감이 드는 일은 없고, 외려 물 흐르듯 자연스럽기만 하다. 도무지 불가해했던 일마저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수긍이 갈 ..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 무라카미 하루키(글)·이우일(그림) | 비채 아트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화적 상상력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저주에 걸린 양 사나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연 무사히 저주를 풀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을지, 오랜만에 아이처럼 순수한 감수성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양 사나이의 세계가 언제까지나 평화롭고 행복하기를’로 맺는 이야기 안에서, 양 사나이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속한 이 세계의 안녕도 더불어 기원해 보면서. 참고로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오래된 단편(1985년 作)에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이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린 그림을 더해 완성한 책이다. 하숙집에 돌아오자 우편함에 양 그림이 그려진 크리스마스카드가 한 장 들어 있었다. 카드에는 ‘양 사나이 세계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출간 35주년 기념 완전판 평행선을 그리던 두 이야기가 맞닿는 충격적인 결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가 교차하며 전개되는 형식 안에서 내심 어떤 접점을 발견하고자 내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챘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안달할 일이 아니었다. 구태여 그리하지 않아도 우리 각자가 삶 속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어떤 필연적 두 이야기로 스미는 까닭에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가닿을 일이었기 때문이다. 즉, 두 세계가 서로를 개의치 않고 나아가는 듯 보여도 결국은 한 가지, 그곳이 어디든 간에 나란 사람과 그 존재가 담고 있는 진심, 동시에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꺼이 희생까지도 감내할 수 있는 의지 혹은 용기에 대한 이야기로 모아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무라카미 하루키 | 비채 낯가림 심한 작가가 털어놓은 아기자기하고 비밀스런 일상 예쁘고 못나고 길고 짧고를 넘는 무라카미 하루키식 해피 라이프! 치밀한 구성과 전개, 특유의 분위기로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어 흔히 ‘하루키 월드’라 표현되곤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단연 독보적이다. 그런데 소설 못지않게 매력적인 것이 바로 그의 에세이가 아닌가 싶다. 거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비슷한 듯 다른, 익숙한 듯 낯섦에서 발견하는 의외성, 그 색다름이 호기심을 자극해 두 장르 간 동반 상승효과를 자아내는 것도 같다. 그것은 마치 소설을 쓰는 하루키는 매끈하게 면도한 후 곧게 잘 다려진 양복을 차려입은 채로 바르게 서 있는 말쑥한 모습이라면, 에세이에서 만나는 그는 한층 편안한 일상복 차림으로 역시나 내키는 대로..
태엽 감는 새 연대기 |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세계의 태엽을 감는 것은 누구인가? 수수께끼와 탐색의 집요한 연대기 어느 날 홀연히 출근 모습 그대로 사라진 아내를 되찾기 위한 한 남자(오카다)의 지난한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 녹록지 않은 과정에 비례하는 방대한 양은 늘 그래 왔듯, 견고한 짜임새와 흥미로운 이야기 안에서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더불어 우리가 삶 안에서 이따금 마주하곤 하는 어떤 –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 기이한 흐름들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이를테면, ‘어딘가 멀리서 뻗어 나온 긴 손’(p.837)에 대한 것이 그렇다. 옅은 의구심에 고개를 갸웃하며 혹은 까맣게 모르고서 지나쳐 온 일들이 실은 투명한 줄에 줄줄이 매달린 하나의 뭉텅이였음을 깨닫는 찰나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