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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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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반딧불이 같은 청춘의 빛 그 아름다운 스무 살의 날들을 이야기하는 하루키 문학의 원류 # 01. 「반딧불이」 적막한 어둠 한가운데 작은 빛이 감돈다. 반딧불이가 머물다 간 자리다. 그곳을 지긋이 바라보며, 그게 삶의 신비라는 것을 순간 확신했다. 삶의 어느 순간에도 쉬이 지지 않을 수 있는 건, 모두 그 덕택이라고. 그렇기에 그 작은 빛을 최대한 꺼뜨리지 마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최소한의 소임일 거라고. 그러나 작은 빛은 언젠가 힘을 잃게 돼 있다. 결국 어둠 속에 스미고 말 것이므로. 그러나 그것 역시 삶의 일부임을 안다. 「반딧불이」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청춘의 한낮 속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상기하게 한다. 반딧불이가 사라진 후에도 그 빛의 궤적은 내 안에서 오랫동안 ..
기사단장 죽이기(전2권)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현실과 관념의 경계를 꿰뚫는 이야기의 힘 대범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 현현하는 이데아와 전이하는 메타포의 방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그 중심에는 저명한 일본 화가 아마다 도모히코의 미발표작 「기사단장 죽이기」가 있다. 삼십 대 중반의 초상화가인 '나'는 그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이내 '이 그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권 p.110)고 직감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 앞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현실과 비현실, 가상과 실재, 실제와 환상을 넘나드는 세계 안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당면한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만 한다는 믿음만이 존재할 뿐.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는 혼란과 시련, 상실의 연속 안에서도 삶을 다시금 ..
노르웨이의 숲(30th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노르웨이의 숲』 3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이 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문학사상사의 『상실의 시대』와 일서 문고판(상·하)이 이미 책장에 꽂혀있고 시간의 텀을 두고 너댓번은 족히 읽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옷을 입고 반기는 마케팅의 꼬임에 넘어갈 수밖에……. 그래도 기존 소지하고 있는 『상실의 시대』가 유유정 번역이라면, 30주년 『노르웨이의 숲』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양억관 번역의 책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어디냐며 그렇게 소장을 위한 합리화는 순식간에 완료됐다. 이참에 새 책으로 한 번 더 읽어봐야지, 마음 먹으면서. 그런데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말한 문학적 건망증이 다분해서 그런가, 다시 읽어도 지루하단 생각은 커녕 ..
ふわふわ(후와후와) | 村上春樹 | 講談社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한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 단쓰! 일본에서 출간된 문고본 마지막 페이지를 들춰보니, 발행일이 2001년이다. 그렇다면 첫 선을 보인 것은 그에 2~3년은 앞섰던 것으로 보인다. 어쩐지 가는 곳마다 양장본은 물론이고, 문고본 조차도 몇몇 서점에선 발견조차 하지 못하던 것을 신주쿠 기노쿠니야에서 겨우 찾은 것이다. 여하튼 그리하여 손에 들어온 『'ふわふわ, 후와후와』. 여백의 미를 한껏 살린 그림책이기에 정말이지, 후하게 잡아도 10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이 그림책을 찾았던 이유는 비록 고양이와의 동거 경험은 없지만, 적잖은 시간을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리라는 기대감 탓이었다. 더욱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 ..
職業としての小説家(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村上春樹 | スイッチ·パブリッシング 誰のために書くのか、 どのように書くのか、 そしてなぜ小説を書き続けるのか、 小説を書くための強い心とは...。 누구를 위해 쓰는가, 어떻게 쓰는가, 그리고 왜 소설을 계속 써 나가는가, 소설을 쓰기 위한 강한 마음이란…. 일본의 대표적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를 시작으로 여러 소설들을 읽어오면서 어느새 그의 새로운 신작을 기다리는 애독자가 됐다. 그리하여 『職業としての小説家,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출간 소식을 듣고 기억해 두었다가, 기노쿠니야에 들러 구입해 왔다. 사실 하루키의 팬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그의 에세이는 소설 못지않게 매력적이지 않나. 第一回 小説家は寛容な人種なのか 第二回 小説家になった頃 第三回 文学賞について 第四回 オリジナリティーについて 第五回 さて、何を書けばいいのか? 第六回 時間を..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남자와 여자, 과거와 현재, 소리와 공간 그 깊은 간극에 흐르는 비밀스러운 선율 공교롭게도 표제작인 「여자 없는 남자들」을 포함한 일곱 편의 이야기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일상에서 부재하게 된 '여자 없는 남자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그들이 각기 상황에서 겪게 되는 모습들을 하루키만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내용 외적으로도 하루키의 글을 꾸준히 읽었던 분이라면 대번에 그의 소설임을 알아 챌 만큼 그만의 색채가 돋보인다.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 「셰에라자드」 중에서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문학동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화사상사 시간이 만들어내고, 어느덧 사라지는 도시의 담담한 슬픔과 허무! 이 책은 초기 단편소설 18편을 엮은 소설집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게 이런 상상력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신선했던 글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의 글도 좋지만, 이런 면에서 초기작만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어 새로웠다. 분명히 어딘가 나와 먼 세계에 있는 기묘한 장소에서 나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곳이 될 수 있으면 따스한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일 거기에 차가운 맥주가 몇 병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나는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은 나다. 그 둘 사이에는 어떠한 틈도 없다. 그러한 기묘한 장소가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 p.95, 96 「1963/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 살면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씁쓸한 뒷맛을 심심찮게 맛보곤 한다. 사소한 오해에서부터 중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그 모든 원인들을 아우르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나의 마음이 곧 너의 마음이지 못한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우리 각자는 독립적 자아를 지닌 존재이기에 매 순간 모든 이들과 한마음일 순 없다. 즉 사람들 사이의 마음과 마음이 늘 조화로울 순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마음과 마음이라는 것은 실상 서로 간의 상처와 아픔으로 연결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인간 관계란 애당초 용서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관계를 영속시킬 수 없는 것은 아닐는지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