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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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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파트릭 모디아노 | 문학동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기억의 어두운 거리를 헤매는 한 남자의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정 어쩌면 삶이란, 그런 것만 같다. …지워져 가는 것이고, 그로 인한 신비가 우리의 삶을 한결 아름답게 만든다고. 한 어린 소녀가 황혼녘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해변에서 돌아온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계속해서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울고 있다. 그 소녀는 멀어져간다. 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저녁 속으로 빨리 지워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 p.262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나선 한 기억상실자의 이야기다. 기억을 찾기 위한 몇 가지 단서에 의존한 채 시작된 추적은 차츰 진전을 보이는 듯싶지만, 불확실성의 미궁에 빠..
안나 카레니나(전3권) | 레프 톨스토이 | 문학동네 농노제 붕괴에서 러시아혁명에 이르는 한 시대의 초상을 그려낸 인류 보편의 걸작! 여태껏 지내오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생각해 왔던 어떤 것 ― 단순한 듯하면서도 복잡한 것, 명료한 듯하면서도 모호한 것, 이해될 듯하면서도 불가해한 것… 이어서 삶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엉클어진 것들 ― 에 다소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한 듯한 느낌, 이것이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난 이후의 소감이자, 나름의 수확이다. 1800년대 후반 러시아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안나 카레니나』는 익히 잘 알려진 대로 불륜을 소재로 한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다. 즉 안나와 그녀의 남편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그리고 간통 상대인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 이 세 사람을 둘러싼 사랑에 대한 오해와 갈등, 화해의 ..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문학동네 사랑 혹은 광기. 에로티시즘 혹은 포르노그래피 환희와 절망이 빚어낸 숨막히는 언어유희 책을 읽다보면 무의식 중에 이상한 고정관념에 빠져 골몰하는 오류를 범할 때가 있다. 책은 어떤 내용이든 간에 결국엔 마음에 새길 한 줄의 교훈은 있어야 한다 던가, 작가와 소설 속 등장인물을 연관 지어 생각하려는 경향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교훈을 목적으로 한 책도 존재하고,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책도 존재하기에 모든 독서에서 경계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반대의 경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기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소설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이지 않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에게 소설이란 심미적 희열을, 다시 말해서 예술(호기심, 감수성,..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 문학동네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 (…) 내 단편들을 읽어주면 좋겠소.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이미 본 걸 다시 읽는 것도 좋을 거요. 전과는 다를 테니까. 이 책의 소용이 무엇이겠소. 내 생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거든. 누구나의 생이 그런 것처럼 그저 슬플 뿐이오.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작가가 되기를 열망했다는 것, 그래서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는 것, 우리들 삶의 순간들을 단편과 시 속에 붙잡아두고 시대를 거듭해 다시 태어나게 했다는 것 정도요. 이 책을 통해 당신이 나와 좀더 친밀해졌으면 좋겠소. 그렇게 내 이야기 안으로 들어와 주기를 바랄 뿐이오.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가상 인터뷰 중에서 http://ch.yes..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문학동네 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 그것이 어째서 그리도 어려웠을까? 건강한 자아 형성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훗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는 인생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데미안』 속 에밀 싱클레어 역시 십 대 시절, 혹독한 내면 성찰의 시기를 거친다. 그것은 부모님이 계신 좁지만 안락한 낮의 세계와 그 경계 너머의 어둠과 폭력이 난무하는 밤의 세계를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서로 극과 극이면서도 놀라우리만큼 밀착되어 있고 심지어는 혼재되어 있기까지 한 두 세계에서 싱클레어가 느끼는 혼란과 불안은 그의 유년을 치열하고 투쟁적으로 만들지만, 그 과정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가기에 결코 부질없는 일만은 아니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열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