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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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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니 | 톤 텔레헨 | arte 사랑한다는 말 대신, 보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지내니? 혼자와 함께, 그사이 어딘가쯤 있는 우리들에게 건네는 인사 동물들은 저마다 사정을 안고 있다.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고 외로움에 떨기도 하며, 때로는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바라며 적당한 거리를 원하는 한편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희망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은 흡사 우리와 닮았다. 삶의 순간순간 마주하는 자신과 타인을 향한 감정들은 우리의 내면세계가 얼마나 복잡다단한지에 대하여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무얼까 생각해 보게 된다. 톤 텔레헨의 『잘 지내니』는 그에 대하여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진심 어린 안부 인사를 건네는 일이라고 우리를 일깨우고 있는 것 같다. “잘 지내니?” 짧은 인..
우동 한 그릇 | 구리 료헤이∙다케모도 고노스케 | 청조사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뭉클한 감동과 웃음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기 쉬운 것이 요즘 세태인 까닭에 두 편의 이야기는 씁쓸하지만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에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냉소적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곳이고, 또 그 사회가 때로는 불협화음을 내면서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곳곳에 타인을 배려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씨 따뜻한 이들이 존재하는 연유이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편의 이야기가 그러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먼저 「우동 한 그릇」에서 섣달그믐날 밤 우동집에 들어온 세 모자는 한 그릇을 주문하는데, 넉넉지 못한 형편 탓임을 알아챈 주인은 몰래 양을 넉넉히 해 테이블에 올린다. 더욱..
몬테로소의 분홍 벽 | 에쿠니 가오리(글)∙아라이 료지(그림) | 예담 행복을 찾기 위해 몬테로소로 떠난 고양이 하스카프의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여행 이야기! 고양이 하스카프는 꿈속에서 마주한 분홍 벽을 보고 단박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임을 직감한다. 그리하여 그곳, 몬테로소를 향해 길을 나선다. 이 여정을 좇는 가운데 고양이 하스카프의 용기에 자연스레 반하게 된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나아가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일임에도 현실의 나는 쉬이 그러하지 못하고 주저하곤 함을 떠올린 이유리라. 하지만 고양이 하스카프는 현재의 안락함을 과감하게 뒤로 하고 모험을 떠나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분홍 벽에 다다른다. 그러고는 비로소 “온몸이 녹아내릴 것처럼 행복”한 순간을 만끽한다. 이는 목표한 것을 성취해 낸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참된 기쁨일 것이다. 나..
나의 작은 산양 | 쉐타오(글)∙왕샤오샤오(그림) | 책과이음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숱한 날들의 기쁨과 아픔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를 아기 산양과 함께한 나날에 대한 글과 그림이다. 그 유년의 따뜻했던 경험 안에서 아기 산양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순간이지만, 그걸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은 영원할 수 있”(p.53)다는 것에 대하여. 더불어 그때에 “아기 산양이 비로소 눈물을 멈추고 웃어 보였”(p.53)던 것 역시 떠올린다. 함께 울고 웃으며 마음을 나누었던 일은 이제 과거의 저편으로 흘러가 버렸지만, 서로에게 보인 진심만은 가슴속에 그대로 살아남아 있으리란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기도 하면서. 이 한 편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안에서 만남과 이별, 사랑과 우정, 이를 통한 성장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들판의 기분은 좋..
어느 강아지의 하루 | 월터 이매뉴얼(글)·세실 앨딘(그림) | 책이있는마을 강아지의 익살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본 요절복통 하루 이야기 늦은 밤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검은 눈망울을 바라볼 적이면, 이따금 나는 강아지를 품에 안고 궁금해하곤 했다. 오늘 너의 하루는 어땠는지. 동화 『어느 강아지의 하루』는 제목 그대로 어느 강아지의 하루 일과다. 몰래 먹은 음식에 탈이 나기도 하고, 동거 중인 고양이와 신경전을 벌이며 복수를 다짐하기도 하는 한편 반려인에 혼이 나 도망하기도, 칭찬에 우쭐해하기도 하는 일상을 강아지의 시선을 통해 그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강아지가 느낀 솔직한 감정들, 그 생동감 넘치는 표현 안에서 자연스레 미소 짓게 되는데, 하루 일과를 마친 강아지는 “이렇게 해서 따분한 하루가 저물었다”(p.127)고 생각한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음에도 정작 자신은 따분했다니!..
여우 8 | 조지 손더스 | 문학동네 사라져가는 숲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말을 배운 여우가 전하는 위트 있는 경고!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라는 여우 8의 충고에 잠시 멈칫했다. 좀 착해지라니…… 그렇다. 당혹스럽지만, 확실히 우리는 좀 착해질 필요가 있지 않은가. 얼마 전 한 tv 랭킹 쇼에서 인간이 배출하는 음식물 탓에 일 년 내내 먹이를 구할 수 있게 된 야생 흑곰들이 겨울잠을 자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에 기후 변화가 더해져 한겨울에도 체온 유지가 용이하게 돼 곰들의 동면 거부를 부추기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마을로 내려온 곰들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 사람들이 늘어나자 미국 캘리포니아 당국에서는 이들의 안락사를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원인 제공자는 명백히 인간임에도 곰에게 책임 전가를 하고 있..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 루이스 세풀베다 | 열린책들 나는 유독 고양이를 좋아한다 ‘우정’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름도 엇비슷한 막스, 믹스, 멕스의 종(種)을 초월한 서로를 향한 진심이 바로 그것. 누가 누구의 주인인 것이 아니라, 일상을 공유하는 가운데 기쁠 때는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는 함께 나누면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기꺼이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는 그런 진실된 관계 안에서 새삼 우정의 참모습을 일깨우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서로 마음을 열고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사느냐’(p.79)에 따라 우리 삶의 온도는 크게 좌지우지됨을 상기시키게도 한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울타리가 되어 준다면 덜 외롭고 덜 아픈, 그러나 더 즐겁고 더 행복한 삶을 기대할 수도 있기에 말이다. 진정한 친구란 무얼까, 떠올리게 만드는 루이스 세..
철사 코끼리 | 고정순 | 만만한책방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울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별을 겪은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림책이다. 늘 함께였던 얌얌이 떠나자, 데헷은 몇 날 며칠이 흘러도 얌얌이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제 몸이 찔리고 다쳐 상처 입는 것도 모르고 철사 코끼리를 힘겹게 끌고 다닐 뿐이다. 그러고는 차츰 세상 사람들과 멀어져 간다. 그러나 결국 데헷은 결단을 내린다. 어딘가에 얌얌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속 한 켠일 테고, 스스로가 잊지 않는 한 얌얌이 그곳에 영원히 자리하리라는 믿음이다. 최근 몇 년, 이별의 무게를 절감하는 일이 연달아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 뒤의 남겨진 감정들에 대하여 곱씹는 일이 어떻게 보면 일상이 된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