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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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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로소의 분홍 벽 | 에쿠니 가오리(글)∙아라이 료지(그림) | 예담 행복을 찾기 위해 몬테로소로 떠난 고양이 하스카프의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여행 이야기! 고양이 하스카프는 꿈속에서 마주한 분홍 벽을 보고 단박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임을 직감한다. 그리하여 그곳, 몬테로소를 향해 길을 나선다. 이 여정을 좇는 가운데 고양이 하스카프의 용기에 자연스레 반하게 된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나아가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일임에도 현실의 나는 쉬이 그러하지 못하고 주저하곤 함을 떠올린 이유리라. 하지만 고양이 하스카프는 현재의 안락함을 과감하게 뒤로 하고 모험을 떠나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분홍 벽에 다다른다. 그러고는 비로소 “온몸이 녹아내릴 것처럼 행복”한 순간을 만끽한다. 이는 목표한 것을 성취해 낸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참된 기쁨일 것이다. 나..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새해가 밝아오기 직전, 세 노인은 호텔방에서 엽총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 일로 남겨진 가족들과 지인들은 뒤처리를 위해 서로를 마주한다. 장례를 마친 뒤에는 어찌하여 그런 선택을 했는지, 여전히 혼란한 가운데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떠나간 이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데. 할아버지를 잃은 손녀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 사람의 관계를 좇아 공원묘지에서 인사한 것이 전부인 사람에게 메일을 보냄으로써, 아버지를 잃은 딸은 황망함에 경황없이 장례를 치르고서야 애써 준 상대에게 감사를 표하러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러나 떠난 이의 마음에 온전히 가닿을 수 없음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렇게 애쓰는 일을 통하여 먼저 간 이를 진심으..
저물 듯 저물지 않는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낮도 밤도 아직은 가거나 오지 않았다 느긋하게 울렁이는 어스름한 녘이다 쉰이라는 나이에 책 읽는 것 외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주인공 미노루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일상을 그린 『저물 듯 저물지 않는』에는 별다른 이야깃거리랄 것이 없다. 그저 흘러가고 있는 보통의 나날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그 점이 외려 에쿠니 가오리만의 산뜻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체 안에서, '소설 속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식 안에서 한층 빛을 발하는 인상이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은 일상 안에서 순간순간 느끼는 생각 혹은 감정들을 서슴없이 털어놓곤 하는데, 그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솔직한 면면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가령, 미노루와의 부부 비슷한 생활 안에서 누렸던 자유를 호언했으면서도 '진짜 부부', '진짜 가족'을 원해 그의 곁을 떠났던..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3세대, 100년에 걸친 '언뜻 보면 행복한' 가족 이야기 어떤 스토리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제목이었지만, 과연 에쿠니 가오리답다 싶은 생각에 어쩐지 모를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게 이 소설의 발간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의 첫 인상이었다. 이후 예약 주문했던 것을 받아 들고 '3세대, 100년에 걸친 언뜻 보면 행복한 가족 이야기'라는 표지 활자를 눈으로 읽으며 그제서야 책 두께만큼이나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겠구나 싶었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이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보고 느끼는 것은 사뭇 다를 수 있고, 그러함을 알게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서 의식하며 지내왔던 터라 순간적으로 더욱 끌렸던 소감도 말해 둬야 할 것 같다. 그런 까닭에 야나기시마 일가를 통해 결국 혼..
등 뒤의 기억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너의 인생은 어땠어?'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라서 눈길이 가기도 했지만, 그녀가 적은 '감성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더욱 끌렸다. 개인적 취향이기도 하지만 문학과 예술에 있어서 만큼은 대놓고 드러내는 것보단 보일랑 말랑, 알듯 모를 듯 아리송한 그리고 은은한 쪽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편이 더 강한 호기심을 일으킬뿐더러, 가슴에 남는 미묘한 기운도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등 뒤의 기억』은 매우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더구나 요즘 같은 날에 꼭 어울리는 흐름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옷깃 사이로 스미는 서늘한 공기가 한겨울의 그것 보다 오히려 더 차갑게 느껴지는 요즘, 유난히도 헛헛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채워진 기분이었달까. 지금으로 선 한여름에 이 책을 다시 ..
수박향기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불가사의한 여름이었다 사소한 일을 유독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하나같이 밋밋한 스토리가 순간 서늘하게 다가오는, 그런 묘한 매력의 단편들이었다. 누군가가 직접 겪었다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귀 쫑긋 세우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흥미롭게 듣는 기분으로 읽었달까.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 중에서 지금껏 의문으로 남아있는 미스터리한 일화들을 누구나 한 두 가지씩은 품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이야기들이 여기 한 데 모여 있다. "썩은 곳에 새 생명이 움트는 거야." - p.119 「재미빵」 수박 향기 -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주)태일소담출판사
울지 않는 아이·우는 어른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울지 않는 아이'에서 '우는 어른'이 되기까지 에쿠니 가오리 성장 에세이! 에쿠니 가오리가 전하는 성장일기, 『울지 않는 아이』와 『우는 어른』은 그녀가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과 같은 취향에서부터 일상에서 그녀가 얻는 소소한 즐거움, 한 인간으로서 삶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글을 쓸 수 있었던 출발과 진행형인 작가로서의 삶 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어른스럽다는 것은… 등뼈를 반듯하게 세우고 있는 것, 어리광을 피우거나 아부하지 않는 것." "울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진정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는 뜻이겠지요." 더보기 + 가끔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는지… 문득 타인의 삶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슬쩍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 에쿠니 가오리 외 | 시드페이퍼 일본 최고의 여류작가 4인이 유럽의 작은 마을을 다녀와 써내려간, 음식과 치유에 관한 소설 "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요?" 함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안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말하자면, 서로가 서로를 맞대고 있는 행복한 자리인 셈이니까.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해서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가 더러 있다. 당연한 시간, 공간 그리고 음식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타지에서 홀로 마주했던 식탁이 그간의 감사함을 일깨웠다. 그 안에서 내가 성장하고, 치유받을 수 있었음을.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해야지. "똑같다. 도망치고 도망쳐서 이제 완전히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 가족의 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