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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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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 스가 아쓰코 | 문학동네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레 한 여인이 배경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말간 눈동자를 반짝이며 조근 byeolx2.tistory.com 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환상의 시간은 언젠가 어쩔 수 없이 현실로 회귀한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초상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 이어 집어 든 『베 byeolx2.tistory.com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은 작은 등대이자 하나의 기적이었다 스가 아쓰코의 첫 에세이였던 『밀라노, 안개의 풍경』에 이어 만난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은 그녀가 파리와 로마를 거쳐 밀라노에 자리를 잡고 생..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 이시이 모모코 | 샘터사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허둥지둥 급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지난날의 추억과 일상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을 뿐인데, 가만히 읽다 보면 마음이 깨끗해진 기분이 든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일상 안에서 소소한 기쁨을 찾고 그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지혜, 감사한 마음으로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마음가짐이 어우러져 문장 곳곳에 깃든 이유리라. 그런 삶을 향한 노력이야 말로 일상을 한층 아름답고, 나아가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아닐는지 생각해본다. 그야말로 선한 기운을 가진 글들이다. 그때 가장 아름답게 핀 백일홍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어 주었는데, 상대가 고양이라도 십일 년이나 같이 살면 둘 사이에 끈끈한 인연이 생기는 법이다. 봄이 되어도 잎이 가장..
장수 고양이의 비밀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수수께끼 가득한 세상에서 마이 페이스 소설가로 살아가기 짬짬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언제나 환영이다. 더욱이 하루키가 쓴 글이라면, 여기에 미즈마루의 그림이 보태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에세이 『장수 고양이의 비밀』은 1995년에서 1996년까지 「주간 아사히」에 연재된 에세이 60여 편을 모은 것이라 했다. 스무 해가 훌쩍 지난 뒤에서야 만난 글과 그림임에도 위화감 없이 술술, 그야말로 짬짬이 유쾌하게 읽었다. 우선 책 제목이기도 해서 눈길을 끌었던 장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애묘가로 익히 알려진 그에게 지금껏 인연을 맺은 고양이들이 제법 있으리라 짐작하지만 연재 당시 살아있던, 그러나 연재 마무리와 함께 세상을 떠난 고양이 뮤즈에 대해 적고 있다. 유일하게 이십 년 넘게 산 고양이였고,..
夜空の下で(밤하늘 아래) | 益田ミリ | 集英社 마스다 미리가 그리는 작디작은 우리와 거대한 우주의 이야기 깊고 넓은 밤하늘 아래 당신과 나, 우리들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무수한 밤 올려다보았던 하늘, 그 안에서 늘 별을 좇고 있었다. 마치 가까운 친구라도 되는 양 어떤 날에는 저 별들이 있어서 덜 외롭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다른 어떤 날에는 꺼져 가는 듯 희미하게 빛나는 별을 보면서 멋대로 힘내라고 응원하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또 어떤 날에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같은 별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를 누군가를 그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늘 감상적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이따금 밤하늘을 바라보며 어떤 의문을 품곤 했는데, 그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친근했던 대상을 한순간에 한없이 낯선 대상으로 돌아서게도 했던 것이다. 그런 날의 나는 지구에 발..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 문학동네 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환상의 시간은 언젠가 어쩔 수 없이 현실로 회귀한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초상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 이어 집어 든 『베 byeolx2.tistory.com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 스가 아쓰코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레 한 여인이 배경 안으로 들어온다. 그 byeolx2.tistory.com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레 한 여인이 배경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말간 눈동자를 반짝이며 조근한 목소리로 자..
世界は終わらない(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 益田ミリ | 幻冬舍 마스다 미리, 남자들의 마음을 이야기하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하면 자연스레 수짱으로 대표되는 여성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여태껏 여자들의 심리를 섬세하고도 유쾌하게 대변함으로써 많은 공감을 산 덕분이리라. 그런데 이번에 만난 만화 에세이 『世界は終わらない』는 조금 달랐다. 32세 독신 남성인 쓰치다를 주인공으로 하여,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풀어 나가고 있는 이유다. 낮에는 서점에서 일하며 책 진열 및 정리는 물론, 고객이 찾고 있는 책을 돕거나 추천한다. 업무 중에 혹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웃 서점을 살피며 생각을 구체화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동료나 상사를 설득하고자 분투하는 일에도 충실하다. 나아가 일상의 대부분을 서점에서 보내며 ‘책’을 매개로 일상의 자신..
영원한 외출 | 마스다 미리 | 이봄 소중한 사람의 죽음으로 알게 된 슬픔 그 슬픔 끝에서 고개를 내미는 일상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맞닥뜨리고 보내드리는 일은 마치 세탁하는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기왕이면 세탁기 말고 정성스레 손빨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세제를 적당히 푼 미지근한 물에 빨랫감을 잠시 담가 두었다가 얼룩지고 때 묻은 부분을 손수 맞잡고 비빈다. 몇 차례에 걸쳐 거품을 빼고 비로소 깨끗해진 세탁물은 옷감이 변형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힘 조절을 해가며 물기를 빼, 서너 번 공중에서 털어 빨랫줄 위에 넌다. 하루 이틀 꼬박 잘 말린 옷은 반듯하게 다림질해 옷걸이에 걸어두고, 또 어떤 옷은 잘 개서 서랍장에도 넣는다. 이렇게 품을 들이는 과정을 통해야만 끝이 나는 손세탁처럼,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 ..
별수 없어서 그린 일기 | 루비 앨리엇 | 종이섬 우린 다 괜찮을 겁니다 독특한 책을 발견했다. ‘별수 없어서 그린 일기’라니. 페이지를 휘이 넘기며 본 첫인상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곧잘 노트 모퉁이에 끄적이곤 했던 낙서들을 연상케 했다. 더없이 간결하지만 어쩐지 모르게 꿈틀대는 영혼의 자유를 품은. 네. 보다시피 저는 다방면으로 실패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서 꼭 그리고 싶었던 건 제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 머리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 이 영역의 것들이 다소 이상하고 혼란스럽게 버무려지는 방식인데요, 저 자신에 대한 그림이지만 그중 어떤 부분은 당신에 관한 것이길 바랍니다. 뭐, 아니어도 괜찮아요. 이 책을 네모반듯한 최고급 코스터 같은 걸로 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윈윈. - p.9 저자의 그림들은 수 년간 계속된 섭식장애로 상담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