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15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와타나베 이타루 | 더숲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작아도 진짜인 일을 하고 싶다"

 

 

 

원제 田舍のパン屋が見つけた「腐る經濟」(시골빵집에서 찾아낸 부패하는 경제)는 순전히 책 제목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게 된 경우다. 시골 변방의 작은 빵집과 자본주의라는 두 키워드의 조합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으므로.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는 뒤늦게 사회에 첫 발을 내밀지만, 그곳에서 불합리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작아도 진짜인 일'을 열망하게 되고, 그 목표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수련한 끝에 시골빵집 '다루마리'를 연다. 그런데 이 시골빵집에서 주목할 점은 자본주의가 가진 모순에서 벗어나고자 부패하는 경제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그래서 요즘 세상에 좀처럼 보기 힘든!!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희한한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부패하는 경제를 몸소 실천에 옮기고 있는 그와 그의 작아도 진짜인 일을 하는 일터, 다루마리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부부가 지향하는 빵집은 (…) 규모는 작아도 진짜인 빵집이다. 가급적 우리가 사는 고장의 재료를 쓸 뿐 아니라 환경과 사람, 지역에 의미 있는 재료를 선택한다. 이스트도 첨가물도 섞지 않고, 아무리 어렵더라도 천연효모를 발생시켜 정성껏 빵을 만드는 데 가치를 둔다. 우리는 제대로 된 먹거리에 정당한 가격을 붙여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판다. 또 만드는 사람이 숙련된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존경받으려면 만드는 사람이 잘 쉴 수 있어야 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112,113

 

 

 

그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빚어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의 흐름에 역행하여 상품과 노동력의 교환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편을 선택한다 했다. 그러니까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빵을 만들고, 그에 대한 합당한 가격을 매기며, 그것을 생산하는 제빵사에게는 일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다. 그렇게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시골빵집, 다루마리의 작은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무엇보다 그 반향 역시 사뭇 대단하다고 알려졌는데, 그것은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이 작은 시골빵집이 나아가는 방향에 공감하고 있는 연유리라. 정말 언젠가는 시골 변방의 작은 시골빵집 주인이 일으킨 소리 없는 경제혁명이 모든 사회에 통용될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래서 모든 사람과 그들의 삶이 풍요로워 지기를 바란다.

 

 

돈을 쓰는 방식이야말로 사회를 만든다. 자리가 잡히고 균이 자라면 먹거리는 발효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상인과 장인이 크면 경제도 발효할 것이다. 사람과 균과 작물의 생명이 넉넉하게 자라고 잠재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경제. 그것이 시골빵집이 새롭게 구워낸 자본론이다. 빵을 굽는 우리는 시골 변방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혁명의 태동을 오늘도 느끼는 중이다.    -p. 232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8점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더숲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