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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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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너무나 순수했기에 파멸할 수밖에 없었던 한 젊은이의 초상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서른아홉의 나이로 일찍 생을 마감했다. 그런 까닭에 『인간 실격』을 읽자면, 자연스럽게 그의 삶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자기 고백의 사소설로도 알려져 있다. 온통 자기혐오와 자기 비하로 가득한 이 소설에서 인간이 가진 삶을 향한 열정과 활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자기애 과잉이 초래한 자기 연민에까지 이르는 한 인간의 어둡고 애처로운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로 시작하는 『인간 실격』 수기의 주인공 '요조'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스스로에게 인간 실격을 선고한다. 이같은 자기 파괴적 행위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어째서 인간이면서도 인간 세계에 스며들지 못했던 걸까. 물론 처음부터 요조가 인간이기를 단념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름의 필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국엔 '죽고 싶다'는 말을 내뱉는 그를 지켜보며 인간적인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패배의 기록이라는 표현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라는 산티아고의 말이 떠오른다. 파멸이 육체적·물질적 측면과 연관된다면, 패배는 그것과 엄격히 구분된 정신적 가치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하므로. 요조의 피폐해져 가는 모습과 거듭된 자살 시도의 행위가 비록 파멸일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패배라고 선을 그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진정한 폐인이고 스스로 인간 실격자임을 선고한 것이야 말로 인간이기에, 온전한 정신이 살아있기에 가능했던 자각은 아니었을까. 다자이 오사무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는 심히 유감스럽지만, 삶에 대한 의지와 열망이 있었기에 자기고백과 반성을 담은 내면 기록을 남길 수 있었고, 『인간 실격』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에게 묻겠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p.131

 

 

 

요조가 말한 소위 '인간'의 세계에는 셀 수 없는 인간들이 존재하고, 그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인간이 살아간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기, 어딘가에서 고뇌하고 있을 또 다른 요조를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들의 인간 세계 부적응을 나약하다 비난하기보다는 감싸 안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찌 됐든 그들도 고뇌하고 반성할 줄 아는 인간이기에, 맑고 순수한 영혼으로의 갈망이 빚어낸 참극이기에 말이다.

 

결국 다자이 오사무가 '요조'라는 인물에 빗대어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간에 이해를 구하고자 했던 말은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p.138

 

 

 

 

 

인간 실격 - 10점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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